침대 매트리스 소재 재탄생
2~3년 내 상업 생산 청신호
신발·車 소재 활용 무궁무진
온실가스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CO₂)는 제조기업의 골칫거리다. 다양한 공정에서 나오는 CO₂를 줄여야 하는데 비용, 기술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GS칼텍스는 여느 기업과는 달리 CO₂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접근했다. CO₂를 소재 등의 원료로 활용하는 CO₂ 포집·활용(CCU) 연구에 일찌감치 착수, 온실가스 감축·고부가가치화라는 두 가지 당면과제를 모두 해결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최근 CO₂ 폴리올 개발 기술을 확보했다. 폴리올은 침대 매트리스 폼 등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폴리올은 보통 프로필렌옥사이드 분자 고리가 연결되는 방식으로 중합하는데 GS칼텍스는 공정 중 발생한 CO₂를 고리 연결 때 끼워 넣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한 CO₂ 폴리올은 기존 제품보다 경도가 30%가량 앞선다. 물에 견디는 내수성과 황변을 유발하는 빛을 견디는 내광성 또한 기존 제품보다 우수하다.
개발 과정엔 업계 최고 수준 CCU기술과 노하우가 적용됐다.
프로필렌옥사이드와 CO₂ 결합을 돕는 촉매 기술은 이미 해외 기업이 촘촘히 특허망을 쳐놨다. GS칼텍스는 이를 피하면서 프로필렌옥사이드와 CO₂ 반응 속도를 높이는 촉매 기술을 개발, 특허까지 출원했다.
폴리올과 CO₂의 중합반응은 일반 폴리올 중합 대비 훨씬 높은 압력에서 이뤄지는 데 안정성을 확보한 연속 중합 공정 기술도 개발했다. 제품화 과정에선 과제 초기부터 고객사와 샘플을 주고받으며 물성을 개선,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CO₂ 폴리올은 CCU 기술의 대표 성과로 기존 제품 대비 물성 측면에서 장점이 많아 향후 부가가치가 높은 CCU 제품 시장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CO₂ 폴리올 시장은 무주공산이다. 상업 생산에 성공한 기업은 독일 코베스트로가 유일한데 현재 생산량은 5000톤에 불과하다. 반면 매트리스, 신발, 자동차 관련 소재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미국, 중국, 인도 등 다수 글로벌 화학사가 CO₂ 폴리올 상업 생산에 필요한 기술개발에 나선 가운데 GS칼텍스는 원천 기술을 확보, 향후 생산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성과는 CO₂ 저감 문제 해결에 발 빠르게 뛰어든 GS칼텍스의 결단이 빚어낸 결과다.
GS칼텍스는 수소·CCU, 바이오,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탄소 저감 신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축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 중이다. 이 일환으로 2019년 CO₂ 활용 기반 연구개발(R&D)을 계획하고 핵심 과제로 폴리올 중합 기술을 낙점했다. 국내 상업화 사례가 없었고 제품화에 성공했을 때 곧바로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2021년 연구실 규모로 시작한 연구 끝에 핵심 기술을 확보했고 2~3년 내 상업 생산에까지 나설 계획이다.
GS칼텍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CCU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 신사업 창출을 위한 기회를 얻고 탄소 감축 문제도 해결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장기 프로젝트로 수소 첨가, 촉매 활용 등 화학적 전환 기술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연료와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GS칼텍스의 수소 생산 공정 배기가스 내 CO₂ 함량은 약 40% 수준으로 타공정 배출 가스 대비 훨씬 높고 촉매 피독물이 적은 것도 장점”이라면서 “CO₂ 전환에 활용될 수 있는 수소, 메탄 등도 다량 포함돼 CCU 제품의 원료 활용 시 경제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