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기억 조절해 정신질환 치료' KAIST, 새로운 정신질환 분자적 기전 밝혀

해마 치상회에서 'PLCβ1' 발현을 조절해 관찰된 결과 요약
해마 치상회에서 'PLCβ1' 발현을 조절해 관찰된 결과 요약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 연구진이 빛으로 단백질 활성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로 과도한 기억 형성을 억제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이룬 성과다. 연구팀은 다양한 뇌 신경전달물질들에 활성화되는 세포내 신호전달분자효소인 '인산지질 가수분해효소 C 베타 1(PLCβ1) 단백질'에 집중해 뇌에서 기억 형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기억 형성과 소멸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PLCβ1)의 기능을 규명하였으며, PTSD와 같은 과도한 기억 형성에 의한 정신질환의 새로운 분자적 기전을 밝히는데 기여했다.

기억 형성과정은 뇌 해마에서 이뤄지며, 양성·음성적 신호가 균형을 맞춰 최적의 기억 형성을 유지한다. 음성 조절 인자가 손상되면 과도한 기억이 형성돼 PTSD와 같은 정신질환 원인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PLCβ1이 해마에서 기억 억제자로 작용해 과도한 기억 형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밝혔다.

빛으로 특정 단백질을 제어하는 광유전학 기술로 PLCβ1 기능을 정밀 조절했다. 이를 결핍시킨 쥐의 과도한 기억 형성과 공포 반응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고, 반대로 활성화시키면 공포 반응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단백질 조절로 과도한 기억 형성을 억제해 PTSD 발생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허원도 교수는 “이번 연구로 과도한 공포 기억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정신질환 치료에 혁신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단백질 신호 억제가 다른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임상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고 밝혔다.

이진수 KAIST 생명과학과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 어드밴스' 7월호 인쇄판에 게재될 예정이며, 2024년 6월 28일자로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KAIST 글로벌특이점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