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성공 신화는 익숙한 말이 됐다. 아마존, 구글을 비롯 국내 카카오, 토스까지 사례가 많다. 이들의 성공 모델은 창업가를 꿈꾸는 예비 창업가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육성 허브'를 기치로 창업가들이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뿌리 내리도록 전방위 지원체계 마련에 분주하다.
다만 외국인이 국내서 창업한 사례는 많지 않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기술창업 기업 50만개 중 외국인 대표자는 291개에 그친다. 외국인 창업 불모지나 다름없다. 하지만 최근 국내를 창업국으로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본지는 대한민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스타트업 도전에 나선 외국인 창업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그레이스 왕 글로벌리어 앤 타바 택시(Globaleur & TABA Taxi) 공동창업자는 “우리는 늘 글로벌 진출에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에 진출한 이유는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리가 한국인이기도 하지만, 코리아 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KSGC)를 통해 한국에서 사업할 기회를 잡았다”면서 “한국에서 한 번도 사업을 해본 적 없지만 한국 문화를 좋아하며, 한국 관광 산업에도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글로벌리어 앤 타바 택시는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했지만, 2020년 10월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트래블 테크(관광 기술) 스타트업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세계 고객에게 항공, 호텔, 여행 계획 등 맞춤형 관광, 기획 솔루션을 제공한다. 루프트한자, 모로코항공, 타이항공 등에 데이터 기반 여행 콘텐츠와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타바 택시'란 플랫폼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레이스 왕 대표는 중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학교와 이전 직장 모두 미국에서 나온 외국인 창업가다. 세계적으로 K-콘텐츠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한국을 선택한 배경이다. 정부 지원도 국내 진출을 고려한 조건이었다.
그레이스 왕 대표는 “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회사가 관광 분야 기업인 만큼 문화와 관광에 관심이 많은 한국에서 사업은 이점이 매우 크다”면서 “미국에 있을 때는 정부와 협력하거나 직접 지원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다양한 창업지원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많고 한국의 문화·관광 분야를 촉진하는 다양한 정부 기관과 힘을 합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창업가로 한국 진출·정착 어려움으로는 '언어 장벽'을 언급했다.
그레이스 왕 대표는 “정부 조세, 보험, 기업 관련 체계가 한국어로만 설명돼 있어 외국인으로서 모든걸 따라잡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국내에서 다양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안정화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 프리A 단계 투자에 이어 여러 벤처캐피털(VC) 투자도 유치했다.
그레이스 왕 대표는 “한국에 살고 있는 만큼,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관광과 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고 동시에 더 많은 한국 현지 기업을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싶다”면서 “타바 택시 앱을 넘어 여정 계획, 현지 상점, 관광지, 유명 행사 및 커뮤니티까지 정보를 제공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면 누구나 우리 앱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