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타인 명의로 보험 체결한 설계사만 200명…금감원, 경유계약 '예의주시'

사진=금융감독원
사진=금융감독원

#A씨는 자녀 B씨를 보험설계사로 육성하고 싶었다. B씨가 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하자 A씨는 총 235건에 달하는 자동차보험 계약을 자녀 명의로 체결했다. 다른 사람 명의로 체결한 보험을 통해 총 모집수수료 4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해당 행위가 적발되면서 과태료와 업무정지 제재를 받게 됐다.

지난 4년간 타인 명의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가 적발된 설계사가 200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 행태를 예의주시하고 책임을 엄중히 묻는다는 방침이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2020~2023년) 4년간 경유계약 및 수수료 부당지급과 관련해 보험대리점(GA)에 등록취소 및 과태료 총 35억원이 부과됐다.

경유계약은 실제 보험계약을 모집한 설계사가 아닌 다른 설계사 명의를 이용해 체결된 계약을 말한다. 수수료 부당지급은 설계사나 보험대리점(GA)가 보험 모집업무를 제3자에 맡기고 모집수수료를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

세부적으로는 경유계약으로 업무정지 제재를 받은 설계사가 36명, 과태료를 부과 받은 설계사가 206명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수료 부당지급으로 1명의 설계사 자격이 등록 취소됐으며 업무정지는 31명, 과태료 제재는 66명이 받았다.

금감원은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이 실적과 수수료만을 추구하는 판매자의 무리한 영업 관행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소비자의 가입 목적과 무관하게 상품을 가입토록 유도하는 등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유계약은 제대로 된 고객관리가 이뤄지기 어렵과 보험계약 관련 분쟁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감독당국은 GA 영업현장에서 만연한 경유계약과 수수료 부당지급 등 위법사항에 대해 일체 관용 없이 엄정한 제재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담했던 설계사와 청약서상 기재된 설계사가 다르다면 경유계약 가능성이 높아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보장성보험을 마치 저축성인 것처럼 판매하는 불완전판매도 발생하고 있어 가입 상품의 종류와 보장내역도 확인해 보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