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뇌 속 우체국 '골지체' 작동 채널 밝혀…새로운 뇌질환 치료 표적 제시

GolpHCat 유전자 결손 생쥐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 현상
GolpHCat 유전자 결손 생쥐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 현상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이창준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팀, 김호민 바이오분자 및 세포 구조 연구단 CI(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골지체' 형태를 유지하고 핵심 기능을 하는 이온 채널(통로)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뇌세포 골지체 이온 채널 손상과 인지 장애 관계를 밝혀 새로운 뇌질환 치료 표적을 제시했다.

골지체는 세포에서 우체국 역할을 수행한다. 소포체로부터 합성된 지질·단백질을 받아들여 가공.변형시키고, 다른 세포 소기관과 세포 외부로 운송한다.

골지체 형태 유지, 기능을 위해서는 이온 채널에 의해 내부가 pH 6.0~6.7 약산성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온 채널 이상은 골지체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변화는 인지 장애를 동반한 알츠하이머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이온 채널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골지체 구조와 인지 장애 사이 관계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이창준 단장팀은 뇌세포 골지체 주요 이온 채널을 찾기 위해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막단백질에 집중해왔다.

지난해에는 해마 별세포(별 모양 비신경세포)와 신경세포에서 높게 발현하는 것으로 확인된 'TMEM87A'라는 막단백질이 뇌세포 골지체 내 산도를 조절하는 양이온 채널임을 밝혔다. 그리고 이 막단백질의 생리적 역할을 강조해 '골프캣(GolpHCat)'으로 명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김호민 CI단장팀과 함께 IBS의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이용해 3.1 옹스트롬(1/1억㎝) 초고해상도로 골프캣 3차원 분자 구조를 규명했다.

또 전기생리학 실험과 분자동역학 분석을 통해 이온 이동경로를 제시하고, 골프캣이 세포막 통과 단백질의 전압 변환에 따라 통로가 열리는 전압 의존성 채널임을 밝혔다.

GolpHCat의 분자구조연구 모식도
GolpHCat의 분자구조연구 모식도

골프캣은 세포 외부에서 세포막으로 이어지는 내강 도메인과 7개의 세포막 관통 나선을 가진 막 관통 도메인의 구조로 이뤄졌으며, 막 관통 도메인의 중앙에는 공동을 가지고 있다. 공동은 골지막에서 유래한 포스파티딜에탄올아민의 지방산 사슬에 의해 물리적으로 차단돼 이온이 통과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압이 가해지면 전압 감응센서 역할을 하는 막 관통 도메인의 세 번째 나선이 활성화돼 개방된다. 이때, 골프캣의 깔때기 모양 내강 안쪽에 분포해 있는 음전하를 띈 잔기가 나트륨(Na), 칼슘(K), 세슘(Cs) 양전하 이온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이렇게 골프캣은 양이온이 이동하는 통로가 되며, 음이온 채널과 함께 골지체의 막전압을 적절히 조절해 내부 산도 등 항상성 유지에 기여한다.

또 연구팀은 골프캣 손상에 따른 생물학적 기능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골프캣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의 뇌세포를 관찰했는데, 골지체가 파편으로 나뉘거나 부어오르는 등 비정상적인 구조 변화를 확인했다.

구조 변화는 골지체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단백질 글리코실화 작용을 방해하고 결국, 생쥐의 학습 및 기억력 손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결과는 골프캣의 정상적인 작동이 인지 기능에 중요함을 나타내며 골프캣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인지 장애의 치료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호민 CI는 “이번 연구는 신경생물학, 구조생물학, 분자동역학, 글리코믹스(당질체학) 등 다양한 첨단바이오 분야 연구기술이 총망라된 기초.공학 융합연구의 결과”라며, “학문 간 장벽을 허물고 협력하여 우수한 성과를 거둔 성공적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이창준 단장은 “골지체 형태적.기능적 변화가 어떻게 기억력에 관여하는지 밝혔다”며, “골치체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면 다양한 신경 퇴행성 뇌질환에서 발견되는 인지 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최선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 안현주 충남대 분석과학기술학과 교수팀이 공동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