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대책 마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리튬 배터리 화재 관련 교통 분야 안전관리 및 사고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리튬 배터리를 사용해 전기로 운행하는 버스 1402대, 마을버스 302대, 서울 지하철 역사 내 모터카 34대에 금속화재용 디(D)형 소화기를 비치하기로 했다. 리튬 배터리는 물과 직접 접촉할 경우 발열 및 폭발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모래나 D형 금속 소화기로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리튬 배터리 내부 온도를 감지해 일정 온도 이상 발열되면 전용 소화액을 배출하는 자동 소화 설비 확대를 비롯해 화재 대응 매뉴얼, 전기안전관리자를 통한 운전자 교육 등 예방 대책을 함께 실시한다.
배터리 업계는 화재 안정성 개선과 함께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 위험이 적은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전까지 국내 기업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분야는 바로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다.
LFP 배터리는 화재 진압이 어려운 열 폭주 현상이 없어 화재에 안전하며 생산 단가가 낮아 보급형 전기차에 많이 장착된다. 사용 후에도 배터리 잔존 수명(SOH)이 70% 이상 남아 있어 에너지 저장장치(ESS)나 전기자전거 등에 재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많은 승객을 태우고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안전성을 고려해 전기차와 배터리에 일찌감치 관심을 가졌던 중국에서는 2016년 전기버스 전체에 LFP 배터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를 기반으로 2021년부터 LFP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재 중국 전체 전기차의 절반 이상에 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LFP 배터리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는 중국 업체가 다수 진출한 유럽에서도 LFP 배터리 비중이 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최근 열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전기차 안전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에 따라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그동안 외면했던 LFP 배터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업체를 뚫고 프랑스 르노에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으며,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에 LFP 배터리 생산라인 신설을 추진,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저온 효율을 개선한 LFP 배터리를 공개할 예정이다. SK온과 삼성SDI도 이른 시일 내 양산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환경부 역시 전기차의 안정성에 따라 보조금을 더 차등화하는 '배터리 안전 보조금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사고 예방 대책과 안전 보조금 등을 통해 성장세가 주춤한 전기차 비율을 회복하고 전기차 확대 보급이라는 정부 정책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