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면 수질과 토양에 큰 피해를 주는 반도체 폐기물에서 희귀금속을 회수하는 공정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POSTECH)은 한지훈 화학공학과 교수와 박사과정 이윤재 씨, 최현서 동문 연구팀이 삼성전자 SAIT(구 종합기술원) 정순천·박준성 박사팀과의 연구를 통해 반도체 산업 폐기물에서 텅스텐을 효과적으로 회수하는 친환경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텅스텐은 전자나 반도체, 항공, 자동차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텅스텐과 같은 희귀한 금속은 지구상에 널리 분포하지 않아 특정한 몇몇 국가에서 채굴되는데, 이와 같은 금속 자원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 산업 폐수에서 금속을 되찾는 기술 연구가 활발하다.
연구팀은 '바이오리칭'을 이용해 반도체 제조 산업 폐수에서 텅스텐을 회수하고, 기술 경제성을 평가했다. 미생물은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금속으로부터 얻기도 하는데, 바이오리칭은 미생물의 자연적인 금속 용해 능력을 이용해 광석이나 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한다.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적은 에너지와 비용으로도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우선 토양과 공기, 식물 등 주변 환경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곰팡이인 페니실리움 심플리시움을 사용해 텅스텐을 포함한 금속을 용해했다. 그리고 바이오리칭 이후 '활성탄 기반 흡착-탈착'과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 침전' 등 두 가지 정제 공정 기술을 이용해 용액 속 텅스텐을 효과적으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또 기술 경제성 분석을 통해 활성탄 기반의 흡착-탈착 공정이 침전 공정보다 비용이 약 7% 더 낮다는 것도 확인했다.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미생물 균주 적응성과 성장, 반응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는 환경 오염 방지와 자원 재활용이 동시에 가능한 반도체 산업 폐수처리 공정의 경제적인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지훈 교수는 “친환경적인 바이오리칭을 기반으로 한 텅스텐 회수 공정의 경제성과 산업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순천 SAIT 박사는 “고효율 미생물 균주 개발을 통해 경제성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SAI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 신진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서스테이너블 케미스트리 앤 엔지니어링' 앞속표지로 선정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