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인식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실제 대응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일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과 설선혜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팀이 세계 63개국 255명 연구진과 공동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과 행동 변화를 조사 분석한 결과다.
국제 연구팀은 63개국 5만9440명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어두운 미래, 기후 과학자 의견, 타인의 우려, 미래 세대에 대한 영향 등에 관한 메시지를 보내고, 이 메시지가 개인의 믿음, 정책지지 정도, 정보 공유 동기, 나무심기 등 기후변화 인식과 대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후 위기에 대한 개인 신념이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지지하는 비율은 나라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기후 위기 정보를 전파하려는 의도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개인 노력의 정도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어두운 미래를 강조하는 메시지는 인터넷 소셜 미디어에서 정보 전파 공유에는 효과적이나 정책 지지나 개인 신념 변화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부정적 메시지는 포기 또는 무력감을 유발해 오히려 행동 변화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영향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메시지 제시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과 행동 간 간극을 파악하기 위한 더 깊은 이론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아래로부터 바텀업 방식의 행동과 인식 변화를 촉진하려면 인지행동 과학자, 심리학자, 정책 입안자들이 협력해 효과적인 메시지를 설계해 전파하는, 탑다운 방식의 정책 수립과 시행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동일 교수는 “기후 변화에 대한 개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임을 확인했다. 사람마다 메시지에 다르게 반응했고 국가마다 반응 정도도 달랐다”며 “기후 위기 대응에 만능 해결책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동시에 각 메시지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맥락에서 효과를 발휘하는지 이해하고 새로운 메시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한 의미있는 연구 성과”라고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