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크게 다가오지만 실제 사업에서 혁신을 어떻게 구현해 내야 할지는 늘 난감한 문제다. 2021년 매킨지 컨설팅의 설문 조사에 참여한 경영진의 80% 이상이 혁신이 경영의 3대 우선순위 중 하나라고 답했지만, 조직의 혁신 성과에 만족한다고 답한 임원은 10% 미만이었다.
혁신은 성숙된 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에 매우 중요하지만 가끔 기업 현장에서 '혁신'이라는 단어의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서 일종의 전문 용어처럼 어렵게 느껴진다. 웹스터 사전에 나온 혁신의 정의는 '새로운 무언가의 도입'으로 요약된다. 최근 미국의 작가이자 연설가인 스콧 버쿤(Scott Berkun)은 '혁신은 의미 있고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적 정의에서 혁신의 중요한 요소로 본 새로움에 의미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혁신에 대한 정의는 과정보다는 '도입'과 '변화'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떤 것이 결과론적으로 혁신적인지 알 수 없다면 위 정의를 기업 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의미 있는 변화를 도입하는 것이 모두 혁신이라고 간주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최근 기업에서 혁신의 진화 및 관리이론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팀 카스텔(Tim Kastelle) 퀸스랜드 대학원 교수는 혁신이란 '아이디어를 갖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실행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조금 더 스타트업에 적합한 혁신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의 주장은 최근 스타트업이 자신의 사업이 단순한 새로운 무언가를 넘어 혁신이 될 수 있을지 검증하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과정에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와플스테이에서는 혁신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해석해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혁신이 아니라 예술일 수도 있다. 예술은 고객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참신한가. 참신함의 개념은 혁신이라는 단어의 핵심 요소일 것이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혁신보다는 최적화에 더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이 꼭 세상에 없던 것 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기존 방식의 융합을 통해 만들어 지는 다양한 것들을 말할 수도 있다.
가치를 창출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혁신이기보다는 발명일지도 모른다. 발명은 궁극적으로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누군가가 혁신을 통해 발명을 사업화 및 상용화하기 전까지는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우리의 자원과 역량안에 있는가. 현실적 이야기이지만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행을 해낼 수 있을 때 그 아이디어는 혁신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정의와 더불어, 스타트업은 외부 협력 과정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혁신의 본질이 변질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어떻게 외부적 협력을 확보하면서도 해당 협력이 자신의 혁신 의지와 방향을 변질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의 혁신을 강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혁신은 환상적이거나 이상적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 도달하는 고된 길이며 더디고 점진적인 과정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혁신이 실패하는 많은 사례를 목격해 왔을 것이다. 힘들게 추구하던 혁신이 때로는 자신이 예상하던 혁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한정된 역량과 자원을 감안한다면 시작 단계에서부터 자신에 맞는 혁신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의해 내야 한다. 이를 통해 처음 품었던 혁신의 가치 창출을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김세일 와플스테이 대표 skim@swav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