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공고에 임했을 때부터 '그동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과연 역할을 충분히 했는가'가 큰 고민이었습니다. 연구자의 잃어버린 연구 본능, 잠든 야성을 깨우고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역할에 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오상록 KIST 원장이 17일 취임 100일여를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오 원장은 이날 KIST의 변화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월드 클래스 KIST'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세계 수준의 전문성을 토대로 국가·국민을 위한 문제 해결에 전념하는, 글로벌 일류 품격의 연구기관을 표방했다.
변화의 핵심은 '임무중심 연구개발(R&D) 모델'이었다. 연구와 사업화 관련 전주기에 큰 권한을 준 PM 제도 신설이 그 중심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전담지원조직와 인프라 지원으로 힘을 싣는다고 밝혔다. 또 외부 우수인력을 유치하고 겸직과 같은 방식도 활용하는 등 조직에 유동성도 더한다고 강조했다.
그 요체인 △차세대반도체 △청정수소융합 △인공지능(AI)·로봇의 3곳 임무중심연구소 출범도 알렸다.
차세대반도체 연구소는 새로운 방식의 초거대 연산반도체(RPU) 개발 및 실용화, 광기반 양자프로세서(QPU) 및 분산형 양자컴퓨팅 개발에 중점적으로 나선다. 신개념 반도체·양자기술 선점이 목표다.
청정수소융합 연구소는 향후 대규모 수소 공급 시대에 대비한 경제적 공급 기반 조성에 나서게 된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수소 해외 도입비 1조3000억원 절감, 청정수소 자급률 34% 달성 등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AI·로봇 연구소는 안전사회 구현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 중점 목표다. AI와 로봇 기반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대응하는 사회 안전 플랫폼 구축과 실증에 나선다.
각 연구소는 25~30명 가량 인원, 가용 수준에서 최대한 예산으로 운영된다. 각 연구소를 이끄는 PM이 인원 선발 및 관련 연구비 배분에 전에 없던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필요하다면 외부 기관·학교 등에서의 인력 수급도 기관이 지원할 계획이다.
오 원장은 연구소 3곳에 그치지 않고 뇌과학, 기후·환경 등 분야 추가 연구소를 출범시킬 계획도 밝혔다.
이밖에 '논문, 특허로 그치는 기술개발은 의미가 없다'며 개발 기술의 사업화와 창업붐 조성에 여력을 기울이겠다는 뜻도 전했다. 글로벌 협력을 주도해 국가 산업발전을 이끌었던 KIST 브랜드를 전세계로 확산한다는 계획도 있었다.
오 원장은 “KIST의 연구 결과가 파급력 있는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3개의 임무중심 연구소 등 시도가 지금은 작은 출발이지만, 몇 년 후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