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권사 희비가 크게 갈렸다. 금리 인하와 밸류업 정책 가동에 따른 기대감으로 대형 증권사 실적은 개선세에 접어든 반면 중소형 증권사 신용등급은 연이어 하향 조정되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PF) 투자 환경이 좀처럼 쉽게 개선되지 못하면서 업권내 양극화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불거진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전망치)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7개 증권사 올해 2분기 합산 순이익은 1조62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상장 증권사 5곳으로 좁혀도 올해 2분기 순이익은 9703억원 수준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1% 증가한 규모다.
개별 증권사 차원에선 이들 5개 대형사 2분기 순이익을 1조원 이상으로 예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나증권은 1조711억원, 신한투자증권은 1조669억원, KB증권은 1조178억원으로 메리츠증권은 1조100억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최근 양호한 증시 흐름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와 주주환원 정책 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업종 주가도 상승하는 추세다. 실제 상장 증권업종으로 구성된 KRX증권 지수는 지난 16일 기준 연초 대비 상승률이 21.05%에 이른다. KRX은행(25.91%), KRX보험(25.34%) 등 여타 금융업종과 함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개별 종목도 상승세가 한창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이날 장중 7만77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도 각각 장중 4만6180원, 1만385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였다.
반면 중소형사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장의 실적보다도 자산건전성 대한 우려가 커진다. 실제 최근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 대부분 신용 등급은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최근 SK증권의 신용등급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나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국내 부동산 PF 부문의 실적 악화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되고,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나신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주식 거래대금이 늘면서 브로커리지 부분에 경쟁력을 보유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 폭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반면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수년간 사업을 확장한 중소형사는 PF 환경 저하로 수익 창출력이 크게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소형 증권사 대부분은 주식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위탁매매 시장에서 대형 증권사 5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상위 7개사로 넓히면 비중이 68%에 이른다. 나머지 절반도 안되는 시장을 40여개 증권사가 경쟁하고 있다.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처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위탁매매가 약한 증권사일수록 고위험성 투자인 부동산 PF 등 IB 업무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해왔던 만큼 당분간 증권업계에도 양극화 경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