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680조 공중분해…트럼프 '대만 방위비' 발언에 반도체株 '덜컹'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사옥. 사진=AFP 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사옥. 사진=AFP 연합뉴스

17일(현지 시각) 미국 반도체 지수가 폭락하며 5000억달러(약 689조원)가 공중 분해됐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미국 증시에 닥친 '최악의 하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을 제한하기 위한 무역 규제 강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반도체주 주가가 흔들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TSMC 등에 지급하는 반도체법을 문제 삼는 발언을 하면서 반도체주 매도세가 심화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100% 가져갔다”, “왜 우리가 대만을 보호해야 하느냐”, “대만이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 같은 발언을 했다.

네덜란드 칩 제조 장비 공급업체 ASML은 2분기 예측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반도체 지수 충격으로 주가가 전날 대비 12.74% 빠진 932.06달러로 마감했다.

인공지능(AI) 칩 선도기업이자 반도체주를 이끄는 엔비디아 역시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64% 하락한 117.97달러에 마쳤다.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대만계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10.21% 하락한 159.43달러로, 대만 반도체 제조 기업인 TSMC는 7.98% 하락한 171.20달러에 마감했다.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내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전날보다 6.81% 내렸다.

미국 리서치업체 테크날리시스의 밥 오도넬 창립자 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시장 반응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요인이 바뀌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으로의 선적에 대한 미국의 제한이 다소 증가할 수는 있지만 이미 한동안 시행돼 왔다”고 전망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