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800여명의 전공의를 사직처리했지만, 하반기 모집에서 30여 명만 충원키로 했다. 사직 전공의 빈 자리를 남겨둔채 일반 결원 인력만 뽑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18일 보건복지부에 이 같은 내용의 전공의 모집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이 하반기에 충원할 전공의 30여 명은 건강상 이유 등으로 발생한 일반 결원으로, 사직 처리 인원의 3%에 불과하다. 사직 전공의 자리를 남겨두고 기존에 모자랐던 인원만 하반기에 뽑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사직 전공의 규모에 맞춰 하반기 충원을 진행하려던 정부와 수련병원 계획에 배치된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사직 전공의 수 만큼 충원하는 것에 강력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비대위에서 진행한 교수 설문 결과와 사직 전공의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전공의는 830명 정도다. 이중 병원으로 복귀한 인원은 30명 남짓으로, 하반기에 충원하지 않으면 내년 초까지 800명의 전공의 없이 환자를 받아야 한다. 현재 입원, 수술이 평시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내년까지 의료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
전국 주요 수련병원들은 사표 수리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울산대병원은 미복귀 전공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전북대병원은 하반기 모집 정원조차 복지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도 최근까지 전공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사직 규모를 제출하지 않은 병원들에 대해 전공의 정원 감축 페널티를 주겠다는 방침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번에 사직 처리를 하면서 (그 규모를) 제출하지 않은 기관이 있는 걸로 확인했다”며 “이들 병원에 대해서는 전공의 정원 축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고, 감원 규모는 사정을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