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스웨덴 노스볼트가 흔들리고 있다. BMW가 노스볼트와 체결한 20억달러(2조7700억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취소한 데 이어 폭스바겐도 협력 재검토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독일 자동차 전문 주간지 아우토모빌보헤 등 외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노스볼트의 배터리 납품 역량 점검에 돌입했다. 노스볼트가 스웨덴 북부 셸레프테오 공장에서 배터리를 양산해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취지로 알려졌다. 다만 외신들은 폭스바겐이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노스볼트는 BMW와도 20억달러 수준 납품 계약이 취소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BMW에 배터리를 제때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는데, 폭스바겐도 이같은 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TF를 꾸린 것으로 풀이된다.
노스볼트는 배터리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셸레프테오 공장의 배터리 연간 생산 능력은 16기가와트시(GWh)이지만, 생산량은 1GWh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애를 먹고 있어 생산 물량이 적다는 분석이다.
저조한 공장 가동률은 고정비 부담으로 이어져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스볼트의 지난해 순손실은 12억달러로 전년(2억8500만달러)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이 때문에 페테르 칼손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스웨덴 경제 매체 다겐스 인더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공격적으로 수립한 공장 확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스볼트는 독일과 캐나다 등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예정인데,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노스볼트의 배터리 생산 차질이 국내 이차전지 제조사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FT는 BMW가 취소한 노스볼트 배터리 계약 물량을 삼성SDI가 수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BMW는 지난 2009년 삼성SDI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주요 전기차 모델에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삼성SDI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어 추가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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