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흔히 '자원빈국'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은 시도,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단적인 예로 1960년대 태백산 광화대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광물자원 조사가 있었는데, 이후 큰 규모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당시에는 철과 아연, 구리와 같은 '베이스 메탈'을 찾는 데 역량을 집중했기에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핵심광물이 발견 됐음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꽤 시간이 흐른 1980년대 후반에 다시 조사했지만, 부존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안타까운 역사도 있었다. 2010년대 초에 국내 희토류 개발 붐이 일어났으나 이 또한 경제성과 환경 문제로 흐지부지됐다.
사실 국내 자원 조사를 기피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자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곧 연구사업 실패를 뜻하기 때문에,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연구문화와 제도적 모순들이 '자원빈국'이라는 자조적인 악순환을 가져오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포기하고 안된다고 했지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22년부터 국내광물자원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질자원 분야에서 최초 시도된 인공지능(AI) 스마트 마이닝 탐사기술을 적용해 전국 휴·폐광 대상으로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탐사를 실시, 울진과 단양 등에서 리튬 부존 가능성을 찾아냈다.
또 우리는 16년 전부터 '행성우주지질'이라는 생소한 연구를 뚝심있게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당시에는 상상 속에서만 펼쳐졌던 '달 자원'을 연구하던 '핵심 연구자'는 주변으로부터 “그 날이 언제오냐”며 비아냥 섞인 농담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적인 연구개발(R&D) 수행은 이제 우리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우주현지자원활용(ISRU) 게임체인저 기술로 주목받으며, 그도 눈코뜰새없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제는 '우주자원, 달자원'하면 유일하게 떠오르는 스타 과학자이자 대표 명사가 됐다.
필자가 굳이 과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금이 바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한 적기이기 때문이다. 2025년도 주요 R&D 예산은 24조8000억원 규모로 올해 대비 크게 증액됐고, 국회에서 R&D 예산 보장을 위한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며 다양한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R&D 수행에 가장 큰 맹점이었던 연구성과의 성공, 즉 투자와 결과물 사이 간극과 불확실성이 용인될 수 있는 좋은 시점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그동안 AI, 우주 경제 등 급변하는 R&D 환경과 시대적 흐름에 대처할 수 없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2025년 예산 확대로 지질자원의 난제로 분류되던 R&D에 도전하고자 한다. 연구원으로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시대와 국민의 염원을 담아 미래 먹거리를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에 의존하던 핵심광물 공급망은 AI를 활용한 리튬 등 핵심광물의 탐사와 개발을 통해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없는 '우주자원탐사'는 '달 남극 자원 추출 핵심 기술개발'로 2050년 우주 경제에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탐해3호'는 이제 저 푸르고 넓은 서태평양으로 나가 해저 부존 희토류를 끌어 올릴 것이다. 집중호우가 빈번한 장마철에 대비해 도심홍수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며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앞장설 수 있게 됐다.
필자는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우리가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도전적 R&D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예산삭감이라는 지나간 낯설음을 극복하고 예산증액이라는 새로운 설렘을 가지고 세계적 과학기술 난제에 도전해야 할 적기다. 과학기술인의 자부심과 가치는 결국, 우리 자신들이 만들고 높여 나가야 한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pklee@kiga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