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셀러들에 이어 협력사까지 대금 미정산을 우려해 줄줄이 떠나는 양상이다. 모기업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직접 등판해 사태를 서둘러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몬·위메프에서 여행·항공 상품을 구매한 일부 소비자는 여행사·항공사로부터 취소 또는 재결제 요청을 받고 있다. 티몬·위메프 대금 정산이 무기한 지연됐다는 안내를 받은 업체들이 상품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는 티몬·위메프 내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그랜드하얏트제주 등 호텔·리조트, 테마파크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선정산 업체들은 일찌감치 티몬·위메프와 거래를 중단한 사태다. 선정산 서비스는 e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신용을 담보로 셀러들에게 판매 대금을 정산 주기보다 미리 빌려주는 서비스다. SC제일은행 등 시중은행부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P2P)까지 모두 티몬·위메프 셀러에 대한 선정산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번 사태는 위메프가 이달 초 예정된 일부 셀러 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위메프와 같은 큐텐 계열사인 티몬은 당초 대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주 셀러 공지를 통해 정산 지연 가능성을 인정했다. 셀러들을 비롯해 협력사까지 발을 빼기 시작한 계기다.
모기업인 큐텐도 정산 지연 문제를 인정했다. 큐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셀러를 중심으로 정산 지연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산 오류, 시스템 고도화에 따른 부작용 등의 이유로 정산 지연에 대해 해명해왔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고갈난 유동성이 원인이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미정산 셀러들은 작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셀러들에 이어 협력사까지 티몬·위메프 손절을 본격화하면서 파장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플랫폼 내 상품·브랜드 감소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큐텐은 티몬·위메프 미정산 문제를 이달 말까지 해결하고 지연이자 10%, 수수료 감면 등의 보상책을 제시했다. 다만 셀러·협력사 이탈이 장기화될 경우 임시 방편 효과는 떨어진다. 당장 다음달 똑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티몬·위메프는 미정산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정산 구조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구매자의 결제금 중 셀러에게 지급되는 정산금은 제3의 금융기관에 예치해 미정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대금 보관 역할을 맡을 전자지급결제대행(PG), 결제대금예치(애스크로)사를 섭외 중이다.
일각에서는 티몬·위메프 인수를 주도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티몬·위메프·위시 등을 인수하며 외형 성장에만 치중한 것이 화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뢰도 문제는 플랫폼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빠른 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사태가 확산될 경우 입점 셀러, 협력사는 물론 결제 업체, 경쟁 플랫폼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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