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친 한동훈)계가 사실상 지도부 장악에 성공했다. 친한 인사가 최고위원으로 대거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한동훈 신임 당대표의 당 장악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당내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정책위의장 임명 등 주요 의사 결정 때마다 계파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2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결과 최고위원으로 장동혁·김재원·인요한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청년최고위원으로는 진종오 후보가 당선됐다. 유일한 여성인 김민전 후보는 여성 할당 당규에 따라 일찌감치 최고위원 자리를 확정했다. 이로써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한동훈 신임 당대표를 포함해 친한계 3명과 친윤(친 윤석열)계 3명이 지도부를 구성하게 됐다.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은 친한계, 김재원·김민전·인요한 최고위원은 친윤 인사로 분류된다.
각 세력은 최고위원 4자리 중 3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친한계는 장동혁·박정훈 후보를 일찌감치 러닝메이트로 낙점하고 세력전을 펼쳤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무난하게 지도부에 입성했던 김재원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지역 기반인 TK(대구·경북) 공략으로 각개전투에 나섰다. 친윤계는 원희룡 당대표 후보와 인요한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묶어 친한계 견제에 나섰다.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진종오 의원이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당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진 의원은 2008 베이징올림픽을 시작으로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 등 올림픽 권총 종목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친한계 최고위원 후보 3명 중 2명이 지도부에 입성함에 따라 한 대표는 안정적인 당내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최고위원회의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인 및 청년최고위원·지명직 최고위원 각각 1인, 정책위의장 등 9인으로 구성된다.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인선에 대한 권한을 당대표가 가진 점을 고려하면 친한계 의중만으로 주요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정책위의장은 의원총회(의총)에서 추인받아야 하는 탓에 이를 둘러싼 친윤계의 견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원내에는 친윤계가 다수 포진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민전·김재원 최고위원의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점도 변수다. 이 경우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친윤계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대변할 사람은 사실상 인요한 최고위원만 남는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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