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일 용인시장 “반도체 중심도시 건설로 기업과 도시, 시민 어울러진 '용인르네상스' 꽃피우겠다”

삼성·SK 우량기업 산단 우선 조성
소부장 29개사 입주 협약 낙수효과
인허가 간소화·인프라 구축 길 터줘
모빌리티 기본계획 수립·컨소 구성
DRT·AI·웨어러블 로봇 등 발굴
내달 영덕동에 스타트업 허브 개소
내년 CES·MWC 시 단체관 운영
반도체고 설립 확정…과학·예술고 전력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
“반도체 중심도시 건설에 집중해 기업·도시·시민이 어우러진 광역시급 대도시로 거듭나겠습니다.”민선8기 2주년을 맞은 이상일 경기 용인특례시장은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성과에 관해 설명하며,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선정과 기업 유치, 반도체고·과학고 설립 등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이 시장은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212건의 공약사업을 확정한 가운데 93%를 정상 추진하고 있고, 그 중 47%를 완료했다.특히 반도체 관련, 공약에 없는 초대형 성과를 내 민선8기 용인시의 성과는 공약 이행률 숫자보다 훨씬 크다.취임 직후 시정 비전을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르네상스'로 정하고, 인구 150만명 대도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상일 시장을 통해 용인시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2년간의 소회와 성과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용인시는 이동·남사읍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하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비롯해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이동읍 반도체 특화 신도시 조성, 지방도 315호선 지하차도 건설 등 대형 성과를 거뒀다.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유치는 수십 년 먹거리를 만들어 낸 것은 물론, 용인시를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중심도시로 위상을 높였다.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유치의 부수적 효과 또한 엄청나다. 용인시 발전을 지난 45년 동안 가로막았던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 합의는 두드러진 부수적 효과의 사례다. 시민이 염원하던 국가철도 경강선 연장이나 국도 45호선 확장 등 사통팔달의 철도망·도로망 구축도 '반도체 효과'로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

민선8기 용인시는 지난 2년 동안 수십 년 먹거리를 마련하고 해묵은 과제, 난제들을 풀어냈다.

용인시는 명실상부 반도체 중심도시로 떠올랐다.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용인시의 정책과 현 정부의 정책이 맞아떨어져 엄청난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 시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인수위에 반도체클러스터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반도체 산업의 세계적 흐름을 연구하고, 반도체 산업 육성에 필요한 정책들을 연구했다.

또 삼성전자를 만나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를 지키려면 용인시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이를 통해 민간 제안을 정부가 수용해 결정한 게 이동·남사읍 첨단 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다.

이곳 국가산단과 원삼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기흥의 삼성미래연구단지 등 3곳에만 502조원이 투자된다. 국내 반도체 앵커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용인시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수많은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팹리스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아울러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도 용인에 모이고, 관련 연구기관까지 모여 용인은 지금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첨단 정보기술(IT) 인재들이 용인시로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1만6000세대 규모 이동읍에 반도체 특화 신도시를 조성할 예정이며, 중장기적으로 추가 신도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용인시 L자형 반도체 벨트 구상도.
용인시 L자형 반도체 벨트 구상도.
여러 반도체 기업이 용인시로 모여들고 있는데 그 규모와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용인시가 대한민국 반도체 중심도시로 급부상하자 관련 기업들이 대거 용인시로 들어오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가 조성하는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협력화단지에 50개, 삼성전자의 이동·남사읍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150개 등 두 산단에만 200여 소·부·장, 설계기업이 입주해 협업하게 된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협력화단지에는 분양 대상 토지 37필지가 계획됐는데, 이 가운데 31필지에 주성엔지니어링과 원익IPS, 솔브레인 등 굴지의 소·부·장 기업 29개사가 입주하겠다며 이미 시와 협약을 마쳤다.

또 국내외 손꼽히는 반도체 장비업체도 용인시에 둥지를 튼다. 기흥구 고매동에 입주하는 세메스는 9만4399㎡ 부지에 2026년까지 2556억원을 투자해 20층짜리 기술개발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이곳에는 4200여명 반도체 전문 인력이 들어온다.

기흥구 지곡동에 연구개발(R&D)센터를 두고 있는 세계적 반도체 장비회사인 램리서치는 이달 본사까지 지곡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로 꼽히는 도쿄일렉트론(TEL) 한국 법인은 처인구 원삼면 원삼일반산업단지에 R&D센터를 건립한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스티아이와 반도체 소자 업체인 나녹스 등은 원삼일반산단에 입주해 있으며,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고영테크놀로지는 올해 하반기 서울 본사와 지주회사를 수지구 상현동 고영테크놀로지 R&D센터로 이전할 예정이다.

또 반도체 핵심 소재인 EUV 블랭크 마스크와 펠리클 업체인 에스앤에스텍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애플티는 신규공장을 짓고 있다.

처인구 남사읍 통삼산단에는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 전문업체인 서플러스글로벌이 들어왔고, 클린룸 전문업체인 신성이엔지가 용인사업장을 운영하는 등 많은 반도체 생산과 관련된 대부분 부문의 기업이 들어섰다.

2027년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첫 팹이 가동되고, 2030년 국가산단의 첫 팹이 가동될 예정이어서 내년 이후에도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 팹리스, 패키징 기업들의 이주가 빠르게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중심도시를 위해 국토부 등 정부 부처를 찾아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됐지만 큰 사업들은 대부분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예산까지 쥐고 있기에 일을 제대로 하려면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하다.

취임 전부터 세계적 반도체 중심도시를 만들 준비를 해왔고,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대통령실과 중앙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 왔다.

이처럼 인맥을 활용해 미리 배경을 설명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기에 삼성전자와 초대형 국가산단 조성 프로젝트까지 유치할 수 있었다.

반도체 고속도로 건설 역시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것을 지난 선거 때 공약으로 냈는데,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연결하려면 기존 도로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역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에게 적극 설명했고, 국토부도 반도체 고속도로 건설의 필요성을 인정해 민자로 추진하려고 적격성 조사에 착수했다.

반도체 중심도시는 산단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기반시설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엄청난 숫자의 첨단 IT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

이에 취임 초부터 반도체고, 과학고 설립을 위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장상윤 전 교육부 차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등 인적 네트워크를 살려 적극적으로 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반도체 외 첨단 기업 유치와 신기술 산업 육성 방안은.

반도체 효과로 시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반도체 외에 다양한 기업들이 용인시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도시첨단산단이나 일반산단 등 기존 산단에 유입된 중소기업 또는 창업기업은 438개사에 달한다.

신기술 산업 육성을 위해 시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는데, 기업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경제산업국과 별도로 미래성장전략과, 4차산업융합과 등을 둔 미래도시기획국을 설치했다. 반도체경쟁력강화국도 별도로 조직했다.

용인시는 용인시산업진흥원을 통해서도 창업이나 기술지원, 소공인 지원 등을 하는데, 최근 소공인·스타트업 허브를 세워 첨단기업 창업을 적극 지원할 기틀도 마련했다.

첨단산업별 육성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첨단 모빌리티 산업 육성을 위해 첨단 모빌리티 분야 종합계획인 '용인시 모빌리티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관내 경찰서·한국도로공사·명지대·SK텔레콤 등 민·관·학·연 18개 기관과 '용인특례시 모빌리티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 인공지능(AI), 통신, 전자, 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융·복합된 자율주행로봇, 노약자를 위한 이동 편의 수단인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고령화 시대 농가 일손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방제 드론 등이 속한다.

이와 함께 바이오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용인시는 '바이오헬스미래전략자문단'을 구성해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등 바이오헬스 혁신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상일 용인시장(오른쪽 다섯 번째)이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를 방문해 박람회에 참가한 용인 기업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했다.
이상일 용인시장(오른쪽 다섯 번째)이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를 방문해 박람회에 참가한 용인 기업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했다.
기업 하기 좋은 도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은.

용인시는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을 적극 유치해 지역경제의 파이를 키우고 낙수효과를 확산하기 위해 인허가 간소화 등 행정 지원은 물론이고 금융지원과 해외시장 개척 지원, 창업기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양대 앵커기업의 산단 조성과 팹(Fab) 건설을 앞당겨 관련 소·부·장 기업들의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인허가와 용수·전력 공급, 도로망 구축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주기업에 산단 입주 가능 여부 확인, 산단 계획 변경 등을 신속 지원하는 등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 금융지원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올해 IBK기업은행과 협약을 맺고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운전자금 대출 시 이자와 보증료를 지원한다. 신용보증기금 지원과는 별도로 지원하는데 3년 동안 약 75개사에 총 450억원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판로개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우선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CES),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등 세계적 전시회에 용인시 단체관을 운영해 시내 중소기업의 판로개척을 돕고 있다. 용인시는 내년에도 CES 2025와 MWC 2025 용인시 단체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소공인·스타트업 허브는 오는 8월 말 영덕동에 지상 4층, 연면적 3457㎡ 규모로 개소한다.

운영은 용인시산업진흥원이 맡는다. 진흥원은 지난 5월 분산 운영하던 메이커 시설 3곳(정보통신기술(ICT) 디바이스 용인랩, 드림상상창작센터, 도시형 소공인 집적지구) 등을 허브로 통합 이전해 시민과 기업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허브 1층에는 △3차원(3D) 프린터 △레이저 커팅기 △오실로스코프 등을 설치했고, ICT 장비 체험 기회도 제공할 방침이다.

일자리 창출이나 취업 지원에도 힘을 쏟는다. 모든 계층이 자기 적성과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난해 3월 모든 일자리 정보를 일원화해 제공하는 '통합일자리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했다.

청년층 취업을 위해 지난해 11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함께 용인시 일자리박람회 '잡 페어'를 개최해 현장 면접 등 취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용인시는 경력보유 여성과 신중년 구직자에게 다양한 일 경험을 제공해 민간기업 진입을 돕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중점 시책과 앞으로 끌고 나갈 주요 사업을 소개한다면.

반도체 중심도시를 만드는 일은 올해도 그렇고 내년에도 가장 중요한 시책이 될 것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량기업을 대거 유치해 시의 50년, 100년 먹거리를 확보한다면 시 전반의 발전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용인시는 많은 기업 유치와 전문 인력 양성,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업체계 구축, 산단 조성과 배후 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각 산단을 종횡으로 연결할 도로망과 철도망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시급한 국도 45호선 확장을 위해 예타 면제를 건의한 결과 지난달 25일 정부가 예타 면제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예타면제로 사업이 3년 정도 앞당겨져, 국가산단 1기 팹이 가동되는 2030년까지 현재 4차로가 8차로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주요 도로 중 하나인 국도 17호선의 양지~원삼간 6차로 확장은 현재 설계가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에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남용인IC~용인반도체클러스터 간 지방도 318호선은 6차로로 확장할 예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4차로를 먼저 개설한다.

이와 함께 국지도 82호선과 국지도 84호선 개설 및 확장, 지방도 321호선 확장 등을 정부 계획에 반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가철도인 경강선 연장을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광주시와 함께 대안노선을 모색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이 0.92로 경제적 타당성이 비교적 양호한 노선안을 찾아 국토교통부에 반영을 요청했다.

교육환경 개선도 취임 직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확장하려고 반도체고 설립을 확정했고, 과학고와 예술고 설립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가 지난 16일 시청에서 과학고 설립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경기 용인시가 지난 16일 시청에서 과학고 설립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상일 시장이 그리는 용인시의 미래는.

경제적으로 넉넉하면서 사통팔달의 교통 여건을 갖추고, 교육은 물론 문화·예술·체육 등 전 부문이 융성하는 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이에 용인시는 반도체 중심도시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먹거리 산업인 반도체의 초격차를 이루고,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중심도시를 만들면 경제적으로 흥성하고 도시 전반의 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사통팔달의 교통과 관련해서는 국가철도 경강선 연장 등 철도망 구축과 국도 45호선 확장 등을 강조했는데, 최근 L자형 3축 도로망 계획도 발표했다. 용인시 전역을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 등으로 촘촘히 엮게 되면 판교나 강남까지 30~40분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반도체고 설립을 확정했고, 과학고와 예술고 유치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첨단 IT 전문인력이 대거 유입되는 것에 맞춰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용인시 총인구가 지난 5월 말 110만명을 넘었는데, 앞으로 140만명, 15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용인시는 특례시를 넘어 광역시를 향해 발전하고 있고, 그만큼 모든 부문의 수준을 향상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용인=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