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률 업계에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다. 업무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예고이자 시대적 흐름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생성형 AI'가 있다. 전 산업 군에서 확대되고 있는 생성형 AI가 법률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개선할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진행한 연구는 기술 도입의 실효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좋은 예다. 미네소타대 로스쿨에서는 6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GPT-4를 활용한 법률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했다. 평가 항목은 고소장, 계약서, 법률 조사가 필요한 취업 규칙, 고객 대상 메모 작성으로 과제 수행 결과 GPT-4 활용 그룹이 모든 항목에서 작업 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고소장 24%, 계약서 32%, 취업 규칙 21%, 고객 메모 12%의 시간 절감 효과를 보였다.
작성한 문서 품질의 경우 고소장과 계약서 작성에서 각각 5%, 8% 정도의 향상이 있었다. 시간 절감 효과에 비교하면 다소 낮지만, 주목할 점은 GPT-4를 활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참가자가 가장 높은 개선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 활용이 법률 업무의 전체 수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참가자들은 AI 기술 활용에 대해 속도와 품질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I 기술이 업무시간을 단축시키고 효율을 높인다는 연구는 이 외에도 많다. 블룸버그 법률 리서치 서비스 '블룸버그로'는 AI 기술을 법률 업무에 활용할 경우 40~60%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법률 분야에서 생성형 AI 잠재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생성형 AI가 지닌 언어 처리와 문서 생성 능력과 관련이 깊다. 법률 업무는 서면 작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이때 생성형 AI의 말과 글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앞서 여러 연구 결과에서 보여주듯 법률 업무에 AI 기술을 잘 활용하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사건을 정확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사건과 국민들이 더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사법접근성 개선과 법률 서비스 시장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즉, 법률 전문가뿐만 아니라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기술의 혜택을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는 법률정보 검색, 법률문서 요약 및 분류, 초안 작성, 계약서 검토 및 작성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 중이다. 관련 리걸테크 서비스도 빠르게 등장하고 있으며, 해외 주요국을 중심으로 AI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가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AI 기술 활용에 대한 법조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포착된다. 올해 초부터 법률 업무에 AI 활용법을 소개하는 강의에 수백 명의 법률가들이 몰리고 있고, 법원행정처는 지난 5월 처음으로 법원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AI)의 이해와 원리-법원의 AI' 주제의 강연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법조인들은 AI를 활용해 재판 효율을 높일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대법원은 양형 업무에 AI 기술을 적용해 업무 시간을 단축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로펌들은 별도 AI 팀을 구성해 기술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국내 법조계도 AI 기술이 전문성과 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법률 분야는 다른 산업 군에 비해 정보기술(IT) 및 AI 기술 도입이 더딘 편이기에 이러한 움직임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AI 기술 도입은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개인정보 보호, 투명성, 정보 편향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특히 법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생성형 AI가 허위 정보를 생성하는 '할루시네이션'을 통제하는 일이다. 법률 서비스에서 높은 신뢰도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할루시네이션을 줄이는 것은 법률 AI 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기업의 목표다.
최근 로앤컴퍼니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법률 AI 어시스턴트 '슈퍼로이어' 또한 개발 단계부터 할루시네이션 최소화에 집중해, 검색증강생성(RAG)과 팩트체커를 통해 허위 정보 생성을 크게 줄이고 있다. 실제 슈퍼로이어는 국내 최다인 460만건의 판례 데이터와 법령, 행정규칙, 유권해석 등 방대한 법률 관련 공공저작물을 답변에 활용해 실제 데이터에 근거해 답을 하도록 했으며, 최종 답변 제공 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근거한 정보인지 한 번 더 확인하는 팩트체커를 구축해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현재 로앤컴퍼니는 할루시네이션 최소화를 위해 3건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기술은 늘 세상을 바꿔왔고, 기회는 변화를 받아들일 때 비소로 찾아온다. AI가 보여준 능력은 분명 기존 업무를 혁신적으로 바꿀 만큼 강력하다. 그리고 지금은 기술적 효용성을 인지하고 한계를 극복하면서 함께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200년 전 영국의 경제학자 제본스는 '기술적 진보는 효율성을 증가시키지만, 수요 증가로 오히려 더 많은 필요를 만들어 낸다'는 '제본스의 역설'을 주장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유효하게 작동되고 있다.
AI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섣부를지는 모르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앞으로 법률 업무에 AI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선택지는 없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AI는 법률가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도구이자 동반자로서 더 좋은 법률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지금 법률가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신기술의 물결에 동참해 도약의 기회로 삼는 것이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공동창업자 js.jung@lawcompany.co.kr
〈필자〉고려대에서 산업공학과 금융공학을 전공으로,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졸업 후 약 3년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고자 2012년 김본환 대표와 '로앤컴퍼니'를 창업했다. 현재 로앤컴퍼니는 국내 1위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비롯해 법률 정보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 국내 최초 법률가용 AI 어시스턴트 '슈퍼로이어' 등 법률서비스의 대중화와 선진화에 기여할 서비스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