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80억원 규모의 '스마트물류 기술실증화지원' 공모사업에 대전이 선정됐다. 이 사업은 2023년 초부터 대전이 기획하고 분야별 전문가 의견과 물류 현장 조사를 통해 과기정통부에 제안해 선정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들어간 사업이다. 대전은 행정안전부 국가데이터 개방 기조에 발맞춰 2026년까지 우정사업본부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를 실증기관으로 선정해 물류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물류 물동량 및 자원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강도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물류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기업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물류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신서비스를 개발 및 실증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물류는 이제 국가 경제의 핏줄과도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24시간 이내 받을 수 있는 익일배송 시대가 열렸고, 모든 물류 과정이 정보화가 돼 AI 기반으로 최적화된 물류 4.0의 시대가 실현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토 중심에 위치한 대전에는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IMC)가 자리하고 있다. 매일 평균 50만개 소화물이 전국에서 도착해 배송 지역별로 분류된 다음 전국 각지로 배송되는 물류 터미널이다. 이곳에는 소화물 분류 처리를 하는 자동 분류기가 일반 건물 3층 높이, 축구장 2~3개 정도의 공간에 펼쳐져 있으며, 시간당 약 8만개 소화물이 분류 처리되고 있다. 처음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감탄사가 나올 만한 거대한 기계장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는 매일 평균 5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는데 물류 자동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고강도 노동력이 필요하다. 1일 평균 50만개 소화물을 분류기에 올리는 과정을 분석해 보면 약 118명의 근로자가 32개의 인입기에 평균 3~4명씩 붙어서 시간당 약 700개의 소화물을 올려놔야 이론적으로 6시간 안에 50만개 소화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왜 물류 현장의 사고가 잦은지, 과로사가 왜 발생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첨단기술로 자동화된 분류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물류센터에 수송차량과 분류기, 즉 기술과 기술 간 연결고리를 사람의 노동으로 해결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여기 있다.
물론 고강도 노동이 매일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많은 사람이 한쪽에서 놀고 있어야 할 정도의 물량일 때도 있으니 말이다. 물류 처리 현장에서 적절한 인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업계의 오랜 숙제였다고 현장 관계자는 말한다. 물동량 예측이 정확해지면 적절한 인적, 물적 자원 배정으로 근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최근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졌고, 정확도 높은 물량 및 자원 예측도 가능해졌다. 디지털 기술과 물류산업의 접목은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 처리시간 단축과 운영비용 절감 등은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고, 실시간으로 수집·축적되는 물류 데이터를 다른 산업 분야에 활용한다면 다양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정부 주도의 기술 실증단계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향후 민간 부문으로의 확대를 통해 '스마트 물류 선도국가'로 도약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열악한 환경 속 노동자의 작업 환경 개선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기술사업화'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
이은학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lehpoe629@dic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