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속 세포에는 평생 DNA 돌연변이가 축적되며, 이는 세포 간 유전적 다양성(모자이시즘)과 세포 노화를 초래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세포소기관 미토콘드리아 DNA의 모자이시즘 현상을 최초로 규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주영석 의과학대학원 교수팀의 안지송 박사과정이 관련 연구를 주도해 '네이처 지네틱스' 22일자 온라인판에 논문을 게재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의대, 국립암센터, KAIST 교원창업기업 이노크라스 연구자들도 참여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에너지 대사와 사멸에 관여하는 세포소기관이다. 세포핵과 독립적으로 자체 DNA를 가져 돌연변이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돌연변이를 정밀하게 찾아내는 데 필수인 '단일세포 전장유전체 기술' 한계로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와 모자이시즘 연구가 미흡했다.
연구팀은 31명의 정상 대장 상피조직, 섬유아세포, 혈액에서 확보한 총 2096개 단일세포 전장 유전체 서열을 생명정보학 기법으로 분석해 세계 최대 규모 연구를 수행했다.
세포 사이에서는 평균적으로 3개의 유의미한 미토콘드리아 DNA 차이가 존재했으며, 대부분은 노화 과정에서 생성됐으나 약 6% 차이는 모계로부터 이형상태(헤테로플라스미)로 전달됨이 확인됐다.
또 암 발생 과정에서 돌연변이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이들 변이 중 일부는 미토콘드리아 RNA 불안정성에 기여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관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 배아 발생단계부터 노화·발암 과정에서의 미토콘드리아 발생·진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
이번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DNA 돌연변이 형성 메커니즘을 체계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향후 미토콘드리아 DNA가 노화·질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 이해에 중요한 초석을 제공할 전망이다.
주영석 교수는 “전장유전체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미지의 영역이었던 생명과학 현상을 규명할 수 있다”며 “암 발생 과정뿐만 아니라 인간의 배아 발생과정 및 노화과정에서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처음으로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 선도연구센터 및 서경배과학재단 신진과학자 연구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