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8번 구경남

[신간] 18번 구경남

현직 야구계에서 일하고 있는 신인 작가 '채강D'가 야구 소설 '무진시 야구장 사람들' 발행 이후 3년만에 신간 '18번 구경남'을 내놓았다.

'과거에 불시착한 불운의 투수 18번 구경남과 짧은 영광을 뒤로하고 사라진 비운의 슈퍼스타즈의 조우! 잠깐, 그런데 저 사람…… 낯이 익다. 혹시, 전설의 투수 장일봉? 익숙한 얼굴이 또 보였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는 미소년. 저 얼굴은…… 박철순? 비로소 기억이 났다. 내 인생은 망했고, 나는 이곳 1982년의 마운드로 끌려왔다'.(9쪽)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오른손으로 공을 문질렀다. 오른손에는 몰래 침을 발라놓았다. 공에 침을 묻히면 움직임이 커져 스핏볼이 된다. 물론 현대 야구에서는 금지됐다. 하지만 여기는 프로의 세계. 어떻게 해서든 이기는 게 중요하다'.(16쪽)

“아니, 그래도 경남 씨가 잘 아실 것 같아서. 그 소문의 핵심으로 보이는 A 선수의 등판 기록을 보면 딱 그렇잖아요. 의심할 만하거든. 불펜에서 던지는 그 A 선수 이야기, 들으셨죠?”(27쪽)

리 코치는 “한국프로야구의 역사적인 시작”이라고 했다. 그리고 슈퍼스타즈. 이곳은 정말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막 시작되는 시대인 것 같았다. 그럼 정말 지금이 1982년이라는 말이겠지?(75쪽)

소설속 구경남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 시애틀로 향한다. 하지만 테스트는 어이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끝났다. 갓 대학을 졸업한 듯한 '애송이' 담당자는 구경남이 던지는 공 몇 개를 대충 보고 테스트를 끝내버렸다. 열 시간 남짓 날아간 이국땅에서 몇 분 만에 유일한 희망마저 좌절된 것이다. 시애틀의 어느 뒷골목에서 술에 진탕 취한 '구경남'은 설상가상으로 폭행까지 당한다.

그때, 누군가 구경남에게 다가와 말했다. 구경남의 우승 반지를 자신에게 주면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거듭된 낙담에 지친 '구경남'은 더는 의미가 없어진 우승 반지를 정체 모를 남자에게 건넸다. 그리고 다음 날, 구경남은 한국에서 눈을 떴다. 그것도 1982년, 한국프로야구의 서막을 연 슈퍼스타즈 구단 앞에서.

슈퍼스타즈의 운명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비운의 구단', '만년 꼴찌', '슈퍼스타 없는 슈퍼스타즈' 같은 수식이 따라붙어 비웃음을 샀던 구단이다. 물론, '구경남'이 입단하기 전까지는.

1982년 한국에 불시착한 구경남은 슈퍼스타즈 코치의 제안에 공을 던졌다. 당시에는 개념조차 없었던 투구폼과 투구 종류를 선보이며 '구경남'을 무시했던 선수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구단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은 구경남은 자신이 과거에서 눈을 떴다는 사실을 믿기도 전에 들이닥친 슈퍼스타즈의 입단을 고민했다. 그러나 당장 집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1982년에서 구경남이 믿을 데라곤 평생을 함께해온 야구장뿐이었다. 결국 구경남은 슈퍼스타즈의 투수가 되고, 그라운드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1982년 마운드에 올랐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어쩌면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서.

슈퍼맨이라 하면 사람들은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구경남은 야구방망이를 든 다른 히어로를 떠올렸다. 구경남에겐 인생에 다시없을 찬란한 추억을 선물해준 영웅이므로. '18번 구경남'에는 전설의 투수 박철순을 포함한 여러 야구 영웅들이 등장한다.

실제 1982년에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로 인해 몇몇 선수들이 프로리그를 뛰지 않았으나, 소설에서는 그들이 한 팀으로 그리고 라이벌로 등장해 극적인 경기를 펼친다. 우리는 이미 1982년의 역사와 슈퍼스타즈의 결말을 알고 있지만, 채강D 작가의 소설에서 뒤집힌 역사를 목격할 수 있다. 한 그라운드에 모인 야구 레전드들이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현장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구경남'과 내가 함께 경기를 뛰었다면 얼마나 흥미로운 게임이 펼쳐졌을지 궁금했다.” 삼성 라이온즈(외야수, 5) 외야수 구자욱 선수의 서평.

지은이 : 채강D

채강D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야구팬이 되어 있었다. 영화과에서 논문 대신 시나리오를 써서 졸업했고, 현재는 야구로 밥벌이를 하는 현직 야구인이다. 야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2021년 코믹 야구 옴니버스 소설 '무진시 야구장 사람들'을 펴냈고, 2023년 SF 앤솔러지 '매니페스토'에 참여했다.

지은이 : 채강D

발행일 : 2024년 7월 24일

출판사 : 네오북스

쪽 수 : 364쪽

가 격 : 18,000원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