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조세체계를 합리화를 위한 방안으로 상속·증여세 개편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 발전 정도를 반영해 조세 체계를 합리화하고, 일부 세목은 근본적인 단계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25일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은 △경제의 역동성 지원 △민생경제 회복 △조세체계 합리화 △납세자 친화적 환경 구축 등 4가지 전략을 가지고 이뤄졌다.
◇25년 만의 상속 최고세율 인하…“중산층·기업 승계 부담 완화”
정부는 상속·증여세를 개편해 경제 발전 상황을 반영해 세율을 인하하는 한편 다자녀에 대한 상속 혜택을 늘린다.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상속세 최고세율은 40%로 하향 조정되며 10%의 세율이 적용되는 하위 과표 구간을 현행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최고세율이 적용됐던 '30억원 이상' 구간은 사라지며, 10억원 이상을 상속받을 경우 4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상속세 자녀공제 금액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했다.
현행법은 기초공제(2억원) 및 자녀공제(1인당 5000만원) 등의 합계액이 5억원 미만이면 일괄공제 5억원을 적용해왔다. 개정안은 자녀가 1명이면 기초공제와 자녀공제를 합쳐 7억원, 자녀가 2명이면 12억원을 공제받는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25억원이고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있는 경우 현행법에 따르면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를 받은 후 40% 세율과 누진공제액 1억6000만원을 뺀 4억4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개정안에서는 자녀공제가 12억원으로 늘고 세율도 30%가 적용돼 최종 세액이 1억7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가 25년 동안 경제 여건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중산층도 상속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늘었고 기업 승계에 있어 상속세가 걸림돌이 된다는 요청이 많았다”며 “중산층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 승계에 따른 경제 선순환 측면에서 국회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논의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고용 공제 활용도 높이고…종부세 개편·가상자산 과세 유예
복잡하게 설계돼 있는 통합고용세액공제제도는 제도 활용의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현재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상시근로자 개념이 활용되는데, 단시간 중 15시간 이상은 상시근로자로 치거나 고용 인원 판단을 위해 소수점까지 계산해야 하는 등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에 '계속고용'과 '탄력고용'의 개념을 도입했으며 임금 증가율에 따라 지원율을 다르게 적용한다.
앞서 반도체 지원방안과 역동경제 로드맵 등에서 발표한 세제지원 방안도 차질 없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3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R&D 통합투자세액공제의 경우 기업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공제 축소에 대응해 점감구조를 도입, 중소기업을 졸업한 기업도 일정 기간 높은 공제율을 적용받도록 했다.
기회발전특구에 창업을 하거나 이전하는 기업은 한도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다. 기회발전특구 내 사업장 상시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됐다. 가상자산 과세는 2년 추가 유예해 2027년부터 과세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과세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한 차례 유예돼 내년부터 과세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지난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만큼 성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고, 오는 2027년부터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 교환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과세 시점을 추가 연기한다고 설명했다.
과세 유예 기간 동안 가상자산 과세 관련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다듬을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취득가액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양도가액의 일정비율을 취득가액으로 보는 방법을 허용한다. 가상자산사업자가 거래내역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자료 제출 의무도 강화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 중인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도 국제조세법을 개정해 마련한다.
종합부동산세도 시장 상황과 지방 재정 등을 고려한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세법개정에서는 빠졌다. 정부와 국회는 1세대 1주택자의 공제 금액을 늘리는 방안 등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으나 이번 정부안에서 종부세는 최종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종부세수는 모두 지방에 배부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 재정에 미치는 영향과 재산세와의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올해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감소는 4조3515억원으로 추정된다. 상속세 개편에 다른 세수 감소 효과는 약 4조원으로, 과표와 세율 조정에 따른 인원 조정으로 2조3000억원, 자녀공제 확대로 1조7000억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수 상황이 여유가 없음에도 감세 정책을 유지하며, 특히 상속세 개편으로 부자감세가 이뤄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 부총리는 “전반적인 기업 호조가 이어져 내년에는 올해보다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며 “세법이 경제를 왜곡하는 부작용을 개선하는 효과도 같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