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전기 없이 냉방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냉각 소재' 개발…디자인·에너지 절감 모두 잡아

김민정 박사후연구원(왼쪽)과 강진구 책임연구원이 직접 제작한 색상형 복사냉각 소재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민정 박사후연구원(왼쪽)과 강진구 책임연구원이 직접 제작한 색상형 복사냉각 소재를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이 외부 전력 없이 냉각하면서 동시에 색상을 낼 수 있는 '색상형 복사냉각 액정 소재'를 개발했다.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강진구 박사 연구팀이 이룬 성과다.

복사냉각 기술은 선택적인 태양광 반사·흡수로 열을 방출, 온도를 떨어뜨리는 무전력 냉방 기술이다. 전력 소모가 심한 에어컨을 보조해 차세대 친환경 냉각 기술로 주목받는다.

다만 낮 시간용 복사냉각 소재는 태양광 흡수를 낮추기 위해 하얀색을 띠는데, 여러 색상 구현이 어려워 심미성이 필요한 건물·차량 활용이 어려웠다. 이에 냉각과 심미성을 동시 충족하는 색상형 복사냉각 소재 개발이 관심을 끈다.

기존 색상형 복사냉각 소재는 빛을 흡수해 색깔을 내 온도 하강 효과가 낮았다. 대안인 빛 반사 이용 광결정 색상형 소재들는 냉각 성능은 뛰어났으나 뚜렷한 색상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굴곡진 나선형 액정 광결정을 제작, 문제점을 해결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상용화 액정(LC242)은 복사냉각으로 온도를 떨어뜨리는 물질이면서, 나선형으로 정렬시키면 주기적 구조를 통해 색을 띠는 광결정을 형성한다.

연구팀은 원심력으로 물질을 도포하는 회전 코팅 공정으로 이런 색상형 광결정에 굴곡을 부여해 기존 광결정과 달리 선명한 색상을 구현할 수 있었다.

성능도 우수했다. 필름, 하부 금속 박막과 결합한 결과 한낮에 동일 색상 상용 페인트보다 약 30.8도, 주변 공기보다 약 3.1도 낮은 온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심미성이 고려되는 건물, 차량 뿐 아니라 야외 레저용 소품이나 군사용 텐트에도 전력 소모 없이 냉방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진구 박사는 “개발한 색상형 복사냉각 액정 소재는 단순한 저가 회전 코팅 공정으로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다”며 “대면적화에 성공한다면 향후 전자기기나 모빌리티 등 광범위한 분야 냉각에 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캐미컬 엔지니어링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