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분야에서 규제기관과 기업은 서로를 바라보는 온도 차가 큽니다. 그 중간 역할을 통해 경쟁력 있는 헬스케어 기술이 개발되도록 돕는 게 목표입니다.”
장용명 대구대 초빙교수는 서로가 멀다고만 느끼는 규제기관과 기업을 이어주는 역할에 관심이 많다. 헬스케어 영역 특성상 기술과 규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기업들은 정부가 산업을 키울 생각이 없다고 불만이다. 장 교수는 최근 정부도 규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 중인 만큼 기업도 적극적으로 규제기관과 대화를 통해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최근 보건의료 분야 규제당국도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나 혁신의료기기 등 제도를 통해 전향적으로 산업화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기관에 대한 고정관념이 큰데, 다양한 설득작업을 수반할 경우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장 교수가 규제기관과 기업간 관계 재정립에 확신을 갖는 것은 그가 3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몸담으며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988년 심평원에 입사한 장 교수는 정보통신실장, 기획조정실장, 대구지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2020년 개발상임이사까지 역임했다. 2022년 퇴임 후 현재 대구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휴이노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장 교수는 “심평원 재직 시절 수많은 간담회와 기업 미팅을 진행하면서 기업이 규제기관을 너무나도 어려워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규제기관은 오히려 기업이 먼저 다가와 여러 고민을 터놓길 기대하고 있는데, 현재 기업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기업이 먼저 움직이기도 어렵다는 것을 느껴 양측의 간극을 해소할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평원에서 정보화 파트를 전담하며 디지털전환을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의 의료 보장성 강화 정책에 맞춰 급여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한 것과 코로나19 유행 당시 막대한 정부 의료비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기반 시스템을 구축한 것 역시 장 교수가 총괄했다.
30년 이상 심평원에서 IT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다 보니 기술에 대한 통찰력뿐 아니라 건강보험 제도권에서 미칠 수 있는 영향까지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자연적으로 생겼다. 특히 AI는 보건의료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의료AI 솔루션이 건보 제도권에 들어오고 있지만 정부 입장에선 기존 의사에게만 주던 수가를 이제 AI 솔루션까지 지급해야 한다”면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규제당국 목표인데, 기존 대비 수가가 늘어나려면 기술이 혁신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은 단순히 의사를 보조하는 것을 넘어 의사를 뛰어넘는 AI 솔루션을 개발해야 하며, 정부도 적극적인 규제 개선으로 혁신 솔루션이 제도권에 들어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