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대구로 본부를 이전한지 10주년을 맞았다. 이전 이후 기관은 두 배 이상 규모가 커지며 외형적,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
KEIT에 따르면 이전 당시 총 정원 267명, 사업예산 약 1조5000억원이던 규모가 인원은 현재 약 400명으로 50%이상 증가했고 예산은 총 2조9000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었다.
지난 27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대구본원에서 만난 전윤종 KEIT 원장은 이 같은 성장에는 “임직원들의 노고와 소통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그간 KEIT는 연구자와 소통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 기존 연구소, 학회와 지속적인 간담회와 찾아가는 R&D 컨설팅, 산업별 성과 공유를 위한 포럼·컨퍼런스 등을 통해 R&D 수행현황을 파악하고 정부지원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설립 10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은 대내·외 악재 속에서 KEIT의 잠재 역량을 크게 발휘한 해로 꼽았다. 당시 코로나 19 확산에 대응해 경영난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특별지침을 제정해 연구현장의 애로를 개선하고, 전문기관에 앞장서 비대면 평가를 실시해 디지털 R&D를 선도했다는 평을 받는다.
전 원장은 “대외 수출 규제에 대응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들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국가적으로 시급성과 중요성이 높은 분야를 중점적으로 투자했다”며 “현재 소부장 산업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허리이자 근간이며, 첨단산업의 도약을 목적으로 소부장 기업들을 '슈퍼乙(을)'로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이전 이후 기관 내에서 특별히 변화한 점도 있다. KEIT는 경상, 전라, 강원 등 전국 지역 혁신기관과 지역정보 구축현황, 협력 사례를 공유하는 등 기관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2019년 9월 국가균형발전종합정보시스템(NABIS)를 시범 오픈해 권역별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 사업, 통계, 교육정보 등을 제공하는 지식 플랫폼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산업기술 R&D 디지털 평가시스템 'E-ROME'를 도입해 신규 평가 절차에 큰 변화를 만들었다. E-ROME은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클라우드 기반의 평가 시스템으로, 화상평가, 대화형 평가장 등 기능을 구현해 평가뿐만 아니라 R&D 기획, 평가, 관리 전반에서 효율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KEIT의 주요 R&D 사업으로 알려진 '알키미스트'는 2022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10∼20년 후 산업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 높은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전 원장은 “지난 5월, 알키미스트 기술교류회를 통해 신규 본연구 테마가 '노화역전, 초실감 메타버스 시각화 및 생체모방 탄소자원화'로 선정됐다”며 “저출산 고령화,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 등 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대전환 시기에 핵심투자분야별 초격차 프로젝트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지난 3월 제1차 전략기획투자협의회에서 초격차 프로젝트 추진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그는 “반드시 필요한 미션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R&D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반도체, 첨단바이오 등 11개 중점투자분야별로 KEIT의 PD와 PM그룹의 협업을 구체화된 계획을 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KEIT는 대구로 본원을 이전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사회공헌부터 기관 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EIT는 R&D 수행능력의 지역 균형을 위한 R&D 지원정책을 강화했고 이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사업 예타 통과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전 원장은 “R&D 지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R&D 취약지역 집중 컨설팅 및 대구 지역 맞춤형 R&D 교육을 진행했다”며 “특히 대구테크노파크와 연계해 대구·경북지역 스타기업과 지역 대학을 대상으로 R&D 전문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했다”고 부연했다.
앞으로 KEIT는 미래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산업기술 R&D가 모멘텀이 되는 시대'를 만든다는 목표다. 도전적·혁신적 연구 프로젝트로 창의적인 연구 풍토가 뿌리내리도록 지원하고 사업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국가간 협업을 통해 산업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바탕을 그린다는 각오다.
전 원장은 “지나온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술은 격변하고, 불확실한 경제 환경은 심화될 것으로 본다”며 “이에 국가 경제성장을 위해 산업기술 R&D가 모멘텀이 되는 시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R&D 성과는 기술적 성과에 비해 경제적 성과가 부족한 문제가 종종 언급되고 있다. 기관 간 협업을 통한 단절 없는 사업화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기획부터 시작해 R&D 전주기를 종합적으로 관리해 기술사업화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