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40년간 이어온 대한민국 양궁 후원이 파리 올림픽에서도 결실을 맺었다.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은 올림픽 10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시상자로 나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대표팀을 격려, 의미를 더했다.
임시현(한국체대)·전훈영(인천시청)·남수현(순천시청) 선수는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양궁장에서 열린 대회 양궁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을 슛오프 끝에 5대4로 누르고 세계 최정상 자리에 올랐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의 전례없는 기록은 선수와 코칭 코칭스태프의 땀과 피나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파리대회 포디움의 제일 위에 서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치열한 훈련 과정을 거쳤다.
대표팀은 세계 최강의 자리에서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다시 한번 최고의 위치에 우뚝선 모습을 전 세계인 가슴에 새겨 넣으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의 전폭적 지원도 있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 후원이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대한양궁협회장·아시아양궁연맹회장)이 깜짝 시상자로 등장해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격려했다.
정 회장과 부인 정지선씨는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김재열 IOC 위원(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과 부부 동반으로 나란히 관중석에 앉아 양궁 대표팀을 응원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올림픽에서 양궁 국가대표팀에 훈련 장비 기술지원부터 축구장 소음훈련을 비롯한 특별 훈련, 파리 현지 식사, 휴게공간, 전용 훈련장까지 전 분야에 걸쳐 '맞춤형 지원'을 펼쳤다.
파리대회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동일한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설립하고 파리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과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해 모의대회를 치렀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제공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일대일 대결도 펼쳤다. 아울러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월드켭경기장에서 전북현대와 FC서울의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관중 앞에서 40분 가량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이 각각 팀을 이뤄 실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소음 적응 훈련도 진행했다.
현지 경기장의 '강바람 변수'에 대응하도록 경기도 여주 남한강 주변에서 환경적응 훈련을 시행하고,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10여㎞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전용훈련장과 별도로 경기장에서 약 300m 거리에 선수단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시합과 연습 틈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대회 기간 선수들이 안정적 심리상태와 높은 집중력을 유지토록 하기 위해 스포츠심리 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도 동행하도록 했다.
현대차그룹 양궁 지원의 백미는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한 양궁 훈련장비와 훈련기법 도입이다. 현대차그룹은 도쿄대회 직후부터 프로젝트에 착수해 양궁 선수들과 코치진을 심층 인터뷰하고, 훈련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맞춤형 지원에 나섰다.
이를 통해 △선수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경기 감각을 향상시키는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어디에서든 활 장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를 지원했다.
이 밖에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파악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고정밀 슈팅머신' 등을 파리대회 준비 과정과 실전 경기에서 선수단과 코치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각종 국제 대회별 개최국 특성에 맞춘 지원에 나서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는 치안불안을 감안해 선수단의 안전을 담당할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고 방탄차(투싼, 맥스크루즈)로 경기장을 이동하도록 했다. 코로나19였던 2021년 도쿄올림픽때는 마스크, 미니소독제, 세척제 등으로 구성된 방역키트를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정 회장은 시상식 직후 인터뷰를 통해 “선수단이 건강히 남은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