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 난치성 질환 치료 혁신 이끈다…'인공아체세포기반 재생치료제' 기술

허정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공아체세포기반 재생치료기술개발 사업단장
허정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공아체세포기반 재생치료기술개발 사업단장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미국 국방 관련 핵심 연구개발(R&D) 조직 중 하나로 탁월한 기술적 성과를 창출해 왔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인터넷으로 발전한 아파넷(ARPA-NET), 내비게이션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GPS, 아이폰 음성인식기술로 유명한 시리(siri) 등이 있다. 의료 및 보건 분야에서는 인공혈액, 원격제어 수술로봇 다빈치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DARPA가 주도하는 급진적 혁신 분야, 특히 과학·기술·혁신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도전적인 선도형 연구를 통한 혁신성과 창출을 지원하는 혁신도전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런 배경 아래 '인공아체세포기반 재생치료 기술개발'은 2022년 7월 혁신도전프로제트로 추진됐고, 2024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재생의학은 선천적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적 변형, 혹은 불의의 사고나 퇴행성 질환으로 기능성을 잃어버린 인체 기관이나 세포를 원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줄기세포의 발견과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생성은 재생의학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해 왔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들어진 세포치료용 의약품들이 다양한 질병을 타깃으로 임상시험 중이고 국내외에서 제품화된 사례도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배아줄기세포를 시작으로 체세포에 전사인자를 이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 생성에 성공하면서 획기적인 전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을 이용해 생성되므로 종교적·윤리적 문제에서 오는 제약과 한계에 부딪혔고 iPSCs는 세포 치료제로 임상에 적용시 종양화 위험성이 지속해서 대두되고 있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이 계속되면서 2010년대에는 필요한 생체를 구성하는 세포를 직접 유도해 내는 '만능성 인자를 이용한 직접 교차분화 기술(PDR Tech)'이 발표됐고, 이 기술의 기전을 분석하는 과정 중 하등동물 조직 재생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유도되는 아체의 유사세포 특성이 확인됐다.

도마뱀 등 하등동물에서 재생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아체세포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도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 아래, 인간에게서 이런 세포를 인위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인자를 발굴할 수 있다면 보다 범용적이고 대중적인 재생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에서 인공아체세포 기반 재생치료 기술 개발 사업이 혁신도전프로젝트로 추진됐다.

인공아체세포기반 재생치료기술개발 사업단(ABC사업단)은 아체세포 유도인자를 발굴해 그 작용 기전과 다양한 질환 적용 가능성을 연구하고, 나아가 재생이 필요한 퇴행성 난치성 질환 치료를 목표로 임상 진입까지 신약개발 전주기를 6년에 걸쳐 진행한다.

이에 기존 줄기세포를 이용한 한계점인 종양원성, 생산비용, 생산기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세포가 아닌 새로운 약물 형태로 체내에 주입 후 재생을 유도하는 생체 내 재생기술을 이용할 예정이다.

포유류에서 아체세포에 의한 재생은 아직 연구 초기 개념이다. 하지만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하고 박테리아에서 크리스퍼 원리를 발견해 인류를 구하는 위대한 신약이 탄생한 것처럼, ABC사업단을 통해 하등동물에서 발견된 아체세포 개념을 발전시켜 인간 재생이 필요한 난치성질환 치료에 공헌하겠다는 다짐을 되새겨 본다.

허정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인공아체세포기반 재생치료기술개발 사업단장 jihuh@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