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은 이식외과 유진수·오남기 교수, 영상의학과 정우경·김재훈 교수 연구팀은 '국제외과학저널' 최근호에 생체 간 공여자의 간의 크기와 용량을 CT 영상에 기반해 자동 측정이 가능한 '간이식 인공지능(AI) 모델'을 제시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존에는 이식외과 의사가 CT 영상을 기반으로 공여자의 간을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분할한 다음 일일이 손으로 크기와 용량을 계산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사람이 직접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의사마다 주관적 판단에 따른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한계였다.
공여자의 간은 기증 후 최소 30% 이상은 유지해야 기증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수여자 역시 자기 몸무게 대비 이식받은 간의 무게가 0.6 ~ 0.8%는 돼야 간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22년 4월부터 2023년 2월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공여자로 수술 받은 환자 114명의 데이터를 이용해 간이식 AI모델을 만들었다. 이들 중 103명의 자료는 간이식 AI모델의 학습용으로, 나머지 인원의 데이터는 예측값과 수술 후 실제 측정값을 비교하는 검증용으로 썼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CT 영상 검사 결과를 3D 모델로 만든 다음, U-Net 기반 딥러닝 모델을 설계했다. 환자 데이터 샘플 4개당 한조로 250차례에 걸쳐 학습을 반복해 최적화를 거쳐 만든 간이식 AI 모델은 검증에 쓰인 환자의 데이터와 맞아 떨어졌다.
기존 의료진이 직접 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유사도는 우엽에서 94%, 좌엽에서는 91%로 나타났다. 간의 용량 차이도 간이식 AI모델과 의사가 직접 측정 값의 차이도 평균 9.18ml로 낮았다.
환자 간의 용량 크기에 대한 변동성을 예측하는 결정계수(R²)를 비교한 값에서는 오히려 간이식 AI모델이 앞섰다. 간이식 AI모델의결정계수는 0.76으로 의사가 직접 하는 경우 0.68을 웃돌았다.
연구팀은 간이식 AI모델의 가능성을 초기 단계에서 확인한 만큼, 이를 발전시켜 보다 정교한 범용 서비스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본이 주도하는 3D 모델링 기반 수술계획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국산화까지 기대한다.
수술계획 SW는 전 세계 시장 규모가 1억2500만달러(약 1732억원)로 추산된다. 연 평균 6.6%씩 성장해 2030년께는 1억8300만달러(약 2536억원)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수 교수는 “간이식 수술 이전 잘 준비된 계획이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생체 간 공여자의 숭고한 뜻을 살리고,환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간이식 AI모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정책적 관심과 지원 역시 함께 주문했다. 최근 이식외과 의사 1명이 담당해야 하는 환자 수가 증가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간이식 AI모델의 도움으로 수술에 집중할 자원과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한국은 전세계에서 간암수술이나 간이식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뒤처져 있다”며 “수술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신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수가 등의 지원을 받아 일본이 주도하는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은 자체 개발한 간이식 AI모델을 기반으로, 이 모델을 탑재한 수술 계획 SW를 서지컬마인드와 함께 개발 중이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