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전략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4680은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개선된 배터리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이 기대됐다. 테슬라는 이 제품을 차세대 배터리로 점찍고 상용화 및 채택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와 기술적 난제 등으로 허들에 걸린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4680 배터리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 IT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최근 테슬라 내부 관계자 말을 인용,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안에 4680 배터리 성능과 비용의 획기적인 개선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성능과 비용 개선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테슬라가 4680 양산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다. 양품의 생산비율, 즉 수율이 높아야 대량 생산에 따른 배터리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이를 목표만큼 달성하지 못해 개선을 강조한 것이다. 테슬라는 최근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4680 배터리 생산량이 전 분기보다 50% 이상 늘었다”고 밝혔으나, 아직도 출하 물량 자체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4680 배터리 변화는 테슬라 최대 협력사인 파나소닉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당초 지난해 4680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올해 4월~9월로 연기한 뒤 다시 9월부터 일본 와카야마 공장에서 양산하겠다고 재차 조정했다.
또 다른 테슬라 협력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유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최근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내부적으로 (4680 배터리) 양산 일정을 앞당기려고 했지만 내부 정비와 고객사와의 일정 협의 등으로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에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사에 4680 관련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들도 공급 일정을 아직 확정 못하고,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테슬라 4680 배터리가 주춤하는 이유는 기술적 난제와 전기차 캐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680은 기존 2170보다 크기가 크고 구조도 달라 생산 난도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충방전을 반복하는 활성화 공정에서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스웰링 현상을 해소하고 하단부 레이저 용접을 안정화하는 게 중요한 데, 처음으로 상용화가 이뤄지는 배터리인 만큼 수율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부진까지 더해져 급할 것 없는 테슬라가 수급을 연기하는 분위기다.
46계열(지름 46㎜, 높이는 80·95·120㎜ 등으로 다양화)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추진해왔던 제너럴모터스(GM)와 BMW 등은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와 46계열 배터리 공급을 논의해왔는데, 생산계획을 보류하는 재점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리비안도 46계열 적용 계획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가장 많고, 새로운 기술을 가장 선도적으로 적용하는 기업”이라며 “테슬라의 4680 공급 일정 연기 움직임에 GM과 BMW 등도 46계열 배터리 채택을 늦추려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