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이제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UST 모델이 해외로 뻗어나가고 UST에서 수학한 외국인 학생들이 그곳의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서, 학교 위상을 드높이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그 예로 몽골의 국가연구소대학 '몽골과학원대학(UMAS)'이 있다.
UMAS는 몽골과학원 산하 16개 국가연구소를 캠퍼스로 활용, 소속 과학자를 교원으로 임용하고 석·박사 학위과정을 운영하는 곳이다. UST를 밴치마킹했다. 우리 시스템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한국 산업·경제 고도성장을 견인하고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었다. 이에 기반한 고급 연구개발(R&D) 인재양성 시스템이 몽골 혁신에 필요하다는 것이 몽골의 판단이다. 지난해에는 UST와 몽골과학원(MAS)이 MOU를 체결했고, UST가 행정시스템 구성과 운영, 학위과정 체계, 학생지원 체계, 학규 등을 공유했다.
초대 총장도 UST와 아주 밀접하다. UST 졸업생인 아루칸 카스바타 몽골국립대(NUM) 교수가 UMAS 총장으로 선임됐다.
카스바타 총장은 2004년 UST-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스쿨 에너지변환공학 전공에 입학, 2008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포스텍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몽골과학원 연구원으로 근무한 뒤 NUM 교수로 임용됐고, 모교를 닮은 UMAS 총장에까지 올랐다. 임기는 지난 6월부터 2029년 6월까지 5년이다.
카스바타 총장은 당연히 모교인 UST 시스템이 고국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UST에서 국가연구소 기반 학위과정을 경험하며 일반 대학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연구중심 인재양성 시스템이 몽골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껴왔다”고 전했다.
UST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UST를 통해 얻은 전문 지식을 활용해 우리 기관 역량을 구축할 것”이라며 “UMAS 초대 총장이자 UST 동문으로서 고국과 모교가 과학기술 인재를 매개로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과학기술 선진국에서 한국으로 와 기술개발에 기여한 사례도 있다. 헨켄스마이어 디억 UST-KIST 스쿨 교수(KIST 연료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가 주인공이다.
디억 교수는 분리막 소재 연구 분야 세계적인 학자다. 교육과 연구에 헌신하며 다수 국제 공동협력과제를 수행했고, 국제학술행사 창립과 핵심 소재 개발로 국내 수소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올해 과학의 날에는 UST 외국인 교수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국 생활은 2005년 LG화학 기술연구원에 입사하면서 시작했다. 얼마 뒤 독일로 돌아갔지만, 2009년 재차 우리나라 KIST로 자리를 옮겼고, 2011년 9월 UST 교수로도 임용됐다. 그는 많은 UST 학생들을 지도하고 그들을 훌륭한 박사로 양성, 배출해 왔다.
그가 생각하는 UST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디억 교수는 “UST는 국립 연구소 연구원들이 학생들을 만나고 직접 감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학생들에게도 연구와 수업을 병행케 해, 실제 자신의 연구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학생의 경우 학위과정에서 모든 등록금과 연수장려금을 지원받는다는 점을 이점으로 꼽기도 했다.
UST 교수로 일하면서 많은 좋은 기억을 갖게 됐다고도 밝혔다. 그는 “연구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아나스타샤 코노발로바 박사가 UST 졸업 후, 최근 덴마크 공대 조교수 직을 제안받았다”며 제자가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매우 기뻤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진흥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저를 추천해 준 UST에 매우 감사한 마음이고 영광”이라며 “지난 몇 년간 UST 및 연구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