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상공인은 약 600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20%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크다. 다만 이들에게 제공되는 금융 서비스는 결제 관련 서비스에 한정돼 있는 상태다.
사업을 확장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여신은 여전히 담보 대출이나 정책 자금 지원에 집중돼 양과 질적 측면에서 모두 부족하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오랜 기간 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민간 금융 공급을 늘리고자 고민해 왔다. 그 노력 중 하나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해 세 곳을 인가한 것이다.
지난달 한국금융연구원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인터넷 은행이 수익화와 금융 소비자 편의성 강화에는 성공했지만, 당초 취지인 기존 시중은행이 공급할 수 없는 중저신용자에게 자금 공급 확대 측면에서는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추가 인터넷은행 인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다섯 곳 컨소시엄이 출사표를 낸 상태다. 다만 기존부터 혁신성을 보여온 온라인투자연계 금융사(P2P)에도 기회가 돌아갈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업은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송금, 결제, 대출비교, 비대면 뱅킹 등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금융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낮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P2P금융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에서 주목받던 새로운 형태 금융업이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해 금융유통 비용을 줄이고 전통금융에서 소외됐던 개인들에게 자금 조달과 자산 운용 기회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해외에선 다양한 P2P금융 업체가 기존 은행들과 다른 독자적인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소상공인, 학생, 씬파일러 등 기존 금융권이 공급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유니콘 기업이 돼 신용평가모델을 은행에 공급하거나 은행을 인수하는 등 금융혁신을 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무렵부터 많은 P2P금융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P2P금융업을 규정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제정되면서 제도권으로 진입한지 3년이 지났다.
다만 서민, 자영업자에 대한 중금리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출 잔액은 3년 전보다 감소해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괄적으로 묶인 규제로 인해 중저신용자에게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온투업체 중에는 주택담보대출이나 부동산PF 중심 회사들도 있지만 꾸준히 소상공인과 씬파일러들의 데이터를 모으고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 금융을 공급하는 곳들도 있다. 이곳들을 통해 다수 소상공인들이 중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으며, 대출 자금을 공급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은행 예금보다 훨씬 높은 중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 P2P사를 육성하기 위해 현재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한다면 중금리 시장에서 더욱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혁신과 함께 이미 혁신성을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어에게도 기회를 주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 ohkwon@winksto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