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속속 주주환원율을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지표로 내걸면서 한국 증시 밸류업도 방향성을 찾고 있다. 분기 단위 배당 확대는 물론 지속적인 자사주 소각까지 글로벌 기준에 발맞춘 주주환원이 이뤄질 것이란 평가가 이어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가치제고계획을 신규 공시하는 기업은 저마다 50% 이상의 주주환원율 달성을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한 메리츠금융지주와 지난 25, 26일 각각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도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주요 목표로 포함시켰다. 금융지주사가 아닌 콜마홀딩스 역시 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주주환원율은 순이익에서 자사주 매입액과 현금 배당액을 더한 수치다. 특히 지난 4일 메리츠금융지주는 '대주주의 1주와 일반주주 1주의 가치는 동일하다'라는 대전제를 내걸고 당기 발생한 이익의 자본배치 메커니즘을 공개하기도 했다. 내부투자와 주주환원 가운데 주주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방법을 택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이어진 금융지주의 기업가치제고계획도 유사하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 모두 중장기 주주환원율 증가 목표를 50%로 잡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33.8%, 신한지주는 36.0% 수준이다. 향후 지속적인 배당과 자사주 소각이 잇따를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보통주 비중 확대, 신한지주는 자사주 소각 규모를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주주환원율은 추후 기업가치제고계획을 발표한 기업에게도 주요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의 공시 발표 이후 “삼성, 현대차, SK, LG 등 모든 상장사들이 배우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연스레 시장의 관심은 여타 금융지주로 쏠리는 분위기다. 특히 앞서 2분기 실적을 공개한 KB금융에 대해서는 증권가 기대가 더 커지는 분위기다. 2조원의 주주환원 규모를 감안할 경우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미 오는 4분기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를 예고한 만큼 추가적인 주주환원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유력하다.
하나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금융지주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중 이사회 승인을 거쳐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하겠다고 언급했다. 여타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주주환원율 증대에 대한 압박히 거셀 전망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현재 관련 TFT를 구성해 수익성, 자본 효율성, 주주 환원 지표 등을 검증 중”이라면서 “특히 하반기 중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추가 자사주 매입이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