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와 B사는 인터넷전화 회선당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위탁영업 업무를 체결한 후 B사 고객에게 인터넷전화 개통 및 발신번호 표시변경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B사는 고객인 C사로부터 받은 가입신청서 등을 A사로 전달했다. 이로 인해 A·B사는 C사의 인터넷전화 발신번호를 변경해 준 혐의로 처벌받았다.
발신번호 변작은 과거부터 통신시장 질서를 해치는 문제로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고객 상담 연결을 위한 편의성으로 일부 기업들이 발신번호 변작을 선택했고, 보이스피싱 장비가 사용된다는 안 좋은 인식이 퍼지면서 전체 전화상담 서비스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번호 변작은 소비자 기만행위로 엄연한 불법이다. 위 사건에 대한 판결문에서도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송신인의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등 거짓으로 표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처벌 사례가 있음에도 기업의 발신번호 변작 행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중앙전파관리소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발신번호 변작으로 적발된 통신사업 회사는 208개에 달했다. 2018년 이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발신번호 변작 신고는 매년 2만건을 넘는다.
금융기관은 이러한 사기 전화로 인해 신뢰성 하락과 고객 이탈을 겪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안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 아예 콜센터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곳도 있다. A 금융그룹은 010 발신번호로 하던 고객 상담 업무를 다시 070으로 되돌럈다. 010 번호 상담 전화에 고객 불만이 많아지면서다. 이로 인해 이동통신단말기에 010 번호를 개통해 합법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통신사업자들도 유탄을 맞고 있다.
번호 변작기 남용은 보이스피싱과 같은 직접적인 범죄가 아니더라도 고객 불안, 통신시장 질서 저해와 같은 부작용을 가져온다. 가짜 010 번호 전화를 받은 수신자 입장에서는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적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이다. 콜센터 시스템 구축시 사업자들이 번호 변작기를 사용하는지 여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고객들이 상담 과정에서 번호 변작기 사용 여부를 알게 될 경우 콜센터 상담 업무에 대한 불신을 넘어 해당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는 정부, 통신사, 시민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신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라며 “법적, 윤리적, 실질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상담 업무에서 변작 중계기 사용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