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개통하거나 철도·버스 노선을 변경하려 할 때 예상 이용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그 이용자 수를 예측함으로써 투자 대비 효과를 검토할 수 있으며 다양한 교통계획 단계에서 투자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미래에 실행할 어떤 서비스의 수요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일에는 많은 검토가 수반된다. 일반적으로 교통 수요를 분석하는 방법은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유사한 역이나 버스 노선의 운송 실적을 참고해 추계하는 방법이다. 둘째,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 패턴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는 4단계 추정법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기종점 통행량(Origin-Destination trip matrix:OD)으로 재탄생해 장기 예측에도 적합하게 활용되고 있다. 셋째, 교통 IC 카드, 휴대용 GPS 로그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측 방법을 들 수 있다. 실적 추계와 4단계 추정법을 그 간 국내 교통계획을 이끌었던 선발 투수로 본다면 교통 빅데이터 활용은 마지막에 등판한 구원투수와도 같다.
그렇다면 현재 그 구원투수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지금은 모빌리티의 대전환 시대다. 그만큼 교통계획을 추진할 때 고려해야 할 대상들의 상황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 버스·지하철·택시 등 기존에 사용해 왔던 교통 시스템에 공유 자동차·자전거·킥보드 등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가 등장하고, 자율주행 탈것들도 부분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이동 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우리는 교통수단 간 비교 요소들이 급격히 늘어난 시대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이제 우리는 모빌리티 다양화를 통해 MaaS(Mobility as a Service)라는 이름이 붙는 교통계획을 제대로 수립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반의 예측 방법이라는 구원투수 활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때를 맞았다.
교통 분야의 빅데이터 생태계는 이미 완성도 높게 구축되어 있고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플랫폼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한 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에 AI 기술을 접목한 교통계획의 절차가 실현되려면 공공과 민간의 영역에 걸쳐있는 교통 서비스 제공 주체가 서로 협력해 다양한 모빌리티를 대상으로 하는 교통계획 효과를 일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본 경험이 있는 교통 운영 부문에서는 지난 수년간 AI를 활용한 스마트 교통 시스템이 매우 활발하게 구축됐다. 이를 기반으로 교통 신호 조절과 우회도로 정보 제공 등 교통의 흐름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져 왔다. 반면 교통계획 부문에서는 AI와의 관계를 아직도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통계획에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전개하기 위해서는 △교통 혼잡 상황 및 교통 수요의 단기 예측과 실시간의 선택 정보 추출과 같은 '요소 기술'의 명확한 정리 △요소 기술을 시스템에 통합할 때 아키텍처 요구 사항 정리가 필요하다. 이는 수요 응답형 교통체계와 같은 새로운 교통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사회적으로 적절한 규제 방안이나 요금제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 옵션의 영향에 대한 통일적 논의의 플랫폼으로서도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화 경기대학교 스마트시티공학부 도시·교통공학전공 조교수 humo.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