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야당 단독으로 방송 4법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중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로써 민주당이 주도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과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포함한 이른바 '방송 4법'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었다.
5박 6일간 필리버스터로 맞선 국민의힘은 즉각 이들 4개 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안의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회 문턱을 넘은 방송 4법 가운데 방통위법 개정안은 상임위원 5인 체제인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것이다. 방송법·방문진법·EBS법 개정안은 각각 KBS·MBC·EBS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주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이 권력의 언론 통제를 차단하고 시민이 방송의 주인이 되는 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언론노조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독점하려는 '좌파 방송 영구 장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5박 6일간 논쟁과 필리버스터를 펼쳤지만 이들 법안에 관심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그야말로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는 이같은 소모적인 기싸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있다. 국회가 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은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속됐다. 그러는 사이 국가와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또 관련 행정부 수장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탄핵 으름장과 사퇴, 임명 강행이 이어지면서 위원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사태가 방송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정부 여당과 야당간 정쟁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오죽하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를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회를 분리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회와 행정부 정상화를 위해선 수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은 야당 원내대표든 새로 선출될 당 대표가 됐건 만나서 야당의 목소리를 듣고 화해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 야당도 정부 목소리를 듣고 신뢰해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마다 딴죽을 걸고 반복해 국회를 소모의 장으로 만든다면 국민의 회초리가 매섭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