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한 실적 부진에도 올해 투자를 당초 계획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은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연내 가동하겠다고 전했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30일 열린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헝가리 법인 증설과 미주 스텔란티스 JV 1공장 건설, 전고체 전지 및 46파이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올해 투자 계획에 큰 변동이 없다”며 “상반기 기준으로 이미 전년 대비 2배 이상 투자를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 설비투자비(1조4786억원)를 감안하면 올해 같은 기간에는 3조원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지난해 설비투자비는 4조3447억원인 데, 올해 규모는 6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공장 가동 시기도 연내로 앞당긴다. 당초 양사는 내년 1분기부터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합작공장을 조기 가동하는 것이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연내 가동을 공식화한 건 처음이다. 〈본지 1월 2일자 13면 참조〉
미국 대선 정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보조금 수령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조기 가동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연간 생산 능력이 33기가와트시(GWh)인 배터리 공장을 공동 구축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 스쿠터와 자전거 등을 통칭하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부문에서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고객사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46파이는 기존 2170(지름 21㎜·높이 70㎜)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향상된 차세대 제품이다.
조한제 삼성SDI 소형전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최근에 마이크로 모빌리티용 첫 프로젝트를 확보해 (46파이를) 내년 초부터 양산할 계획”이라며 “전기차용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양산을 기존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기게 된 점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에너지 밀도, 급속 충전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용에서도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SDI는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4501억원과 2802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24%, 38% 줄었다고 공시했다. 시장 수요 둔화로 전지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 전기차 캐즘 영향을 받았다.
회사는 4분기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요 회복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부가 제품인 6세대 각형 배터리(P6) 판매 확대로 매출을 극대화하고, 원가 구조를 혁신해 수익성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향후 시장이 턴어라운드되는 시점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