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가운데 애꿎은 국내 플랫폼 기업만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티메프 사태는 해외 기업인 큐텐의 관리·감독 실패와 긴 주기 정산시스템이 꼽히는데 이와는 상관없는 조항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 의원은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등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이용약관 신고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서비스 이용조건 및 대가 △이용조건 변경 시 사유 및 절차 △해지나 서비스 제한 절차 및 요건 △이용자 이의 제기 및 피해 구제 기준을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의원은 “최근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사전에 이용자 보호와 피해 구제 기준을 법적 구속력 있게 약관에 명시하지 않으면 사후에 소비자들이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고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 법안이 티메프 사태와는 무관하게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조항을 다수 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이용자 정보수집', '서비스 알고리즘의 불투명한 적용', '약탈적 가격 설정', '서비스 해지와 중지 고지' 등을 문제 삼았다.
반면 업계는 티메프 사태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큐텐의 관리·감독 실패와 특유의 정산 시스템으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법안이 사태의 원인과는 다른 내용을 담은 것은 티메프 사태를 빌미로 사실상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애초 싱가포르 기업인 큐텐에 대한 감독이 어려웠고, 결국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해외 플랫폼이 국내 유통을 장악하면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일종의 기업 금융사기 같은 것인데 이걸 핀테크나 플랫폼 문제로 파악하고 규제를 확대하는 건 엉뚱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사업자들은 정산 주기가 각각 40일, 50일인 티몬·위메프와는 달리 수일 내로 굉장히 빠르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결제 후 약 3일 내 대금의 100%를 정산한다. 11번가는 구매 확정이나 반품 완료 후 1영업일 내 정산을 진행한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국내 사업자만 규제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의원의 법안이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으로 인해 플랫폼에 대해 전방위로 규제한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22년 10월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오류로 국회는 '디지털안전3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을 시행했다. 당시 데이터 이중화와 이원화 등에 대한 역량을 인정받은 부가통신사업자들도 규제로 묶인 바 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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