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가 2020년 학내 최초 총장 직선제를 치른 뒤 두 번째 직선제 총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연달아 잡음이 나오면서 대학 스스로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0일 숙명여대는 제21대 총장에 문시연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문 교수는 2차 투표에서 47.60%로 1차에 이어 2차 투표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최종 후보자에 올랐다. 문 교수는 후보자 정책 토론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 검증에 대해 “진상 파악 뒤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리하겠다”고 발언한 인물이다.
돌연 숙명여대 이사회 숙명학원은 30일 이사회를 예고하고 '신임 총장 선출 재표결(필요시) 및 이에 따른 이사 선임' 안건 등을 심의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측은 “신임 총장 선출 과정에서 당연직으로 숙명학원 이사를 맡고 있는 장윤금 현 총장이 이사회 정족수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되는지 살펴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문 교수가 김 여사 논문 표절을 검증하겠다고 한데 따른 후속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숙명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미 의결이 끝난 사안에 대해 재논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사회 결정 사안을 스스로 번복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신임 총장 선출 결과에 대한 재표결은 투표권자에 대한 기만으로 이사회의 비협조적 행보를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30일 숙명학원은 약 3시간 동안 이사회를 연 끝에 별도의 재표결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문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확정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처음 문제 제기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장윤금 총장이 이사회 정족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판단해보자는 것”이었다며 “교육부에서도 대학의 판단에 맡겼고, 이사회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려 총장 선임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한 대학 관계자는 숙명여대 사태에 대해 “그동안 총장 선거로 인해 분란을 겪은 대학 사태가 무수히 많았음에도 굳이 왜 대학이 스스로 나서서 화를 자초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일을 거울삼아 다음 총장 선거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2020년 제20대 총장 선거에서 처음 총장 직선제를 선택했다. 당시 많은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 요구가 일어남에 따라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44일 농성을 통해 직선제를 요구했다. 투표 비율을 두고도 학생 측은 25%를 요구했지만 7.5% 반영에 그쳤다.
힘겹게 총장 직선제가 도입됐지만 20대 총장 선거에서 교직원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1·2위 후보는 장윤금 문헌정보학과 교수와 문시연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였다. 선거 과정에서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일부 교직원 사이에서 불법 선거운동이 있었다는 제보를 공개했다. 일부 교직원이 선거운동 금지 기간 불법 선거운동을 했고,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지지자를 협박하는 등의 부정 선거 정황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숙명여대 측은 “총장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내부 확인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고, 1위 후보자였던 장윤금 교수가 20대 총장 선임됐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