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완료 이후 투자하는 것이 아닌 좋은 기업을 뿌리부터 만들어가는 '기획형 창업'이 글로벌 창업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이에 발맞춰 단순한 투자중심 회사에서 전주기 기술사업화 회사로 역량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는 딥테크 컴퍼니 빌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4월 KST 첫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출신 수장으로 취임한 최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KST 질적 성장을 끌어내기 위해 지난 1년간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창업기획본부 조직을 신설해 출연연 내 예비창업자나 우수 기술을 지속 발굴하고, 이를 기획형 창업 틀에 태워 창업시키고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어 창업·투자 동시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그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출연연 통합 기술이전전담조직(TLO), 투자사, 기술사업화 전문기관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딥테크 기획창업 챌린지 프로그램을 추진, 이를 통해 현재 13개 예비창업팀을 육성 중”이라며 “민간 액셀러레이터(AC), 기술사업화전문회사, 벤처캐피털(VC)들과 기획형 창업 펀드 및 스케일업 펀드를 조성하는 성과도 이뤘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가 KST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이 최근 '딥테크 벤처 중심 경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것과 연관된다.
최 대표는 “과거 스타트업 투자 모델은 10개 기업에 투자해 2~3개를 성공시키는 분산형태이며, 투자에 따른 수익률이라는 근시적 개념에 집중돼 왔다”며 “그러나 기후 위기 등 현재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신규 비즈니스 시장 개척 기회가 될 딥테크에 투자하는 '수가 아닌 규모'의 판도로 투자 개념이 전환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기술이나 서비스를 단순 확장하는 개념의 창업이 아닌 근본적인 과학 연구나 기술적 도전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 창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정부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딥테크 창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투입 측면에서 볼 때 딥테크 집중도와 GDP 대비 딥테크 투자 비중이 아직은 경쟁국 대비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며 “향후 5년 내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고,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딥테크 스타트업 중심의 한국형 투자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딥테크 스타트업 중심 경제를 위해 세제 개편과 규제 혁신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딥테크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돕는 민간 지원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의 외부 투자나 오픈이노베이션에 많은 세제 혜택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기업이 스타트업 등에 특허를 양도할 때 세제 혜택이 없는 나라는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며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민간 투자 확산을 위해 이를 포함해 기업 사내유보금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투자로 유인하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 민간모펀드 기반 투자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딥테크 창업 생태계 조성을 가로막는 이러한 규제와 정책을 개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최 대표는 “딥테크 창업 생태계 발전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장기 펀드 조성을 KST의 궁극적 비전으로 이어가고자 한다”며 “KST가 나서 딥테크 창업 생태계 촉진자 역할을 하고, 더 많은 후속 투자기관이 여기에 힘을 보태도록 중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
이인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