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는 인공지능(AI)은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시장에서 최대 4조4000억달러(약 5600조원) 추가 가치를 창출한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AI 관련 기업 시가총액이 2022년 400억달러였지만, 연평균 42%씩 성장해 2032년 1조3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많은 연구기관이 AI에 대해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을 자세히 보면 이러한 기대와 다른 면이 있다. AI를 도입한 기업 중 실제 유의미한 재무 성과를 거둔 경우는 글로벌 시장에서 11% 밖에 안된다. 우리나라는 10% 이하다. 많은 기업이 AI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90%는 실패한다는 이야기다. 기대와 현실에 상당한 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기술적 결과물을 못 만들어서 실패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전문 엔지니어들로 구성하고, 자금을 투입해 좋은 기술자원을 동원한다. 프로젝트마다 기술 목표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되면 기술적 결과물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이 나왔다고 자동으로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기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좋은 가치를 줄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전문 엔지니어를 두고 우수 알고리즘과 양질의 데이터를 풍부하게 갖추면 좋은 모델이 나오기 수월해진다. 좋은 모델은 우수 기능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 기능은 따지고 보면 제품 또는 솔루션의 일부에 불과하다. 좋은 제품이 되려면 좋은 기능도 잘 갖춰져야 하지만 디자인도 세련돼야 하고, 사용하는 방식 사용자 경험도 뛰어나야 한다. 가격도 적절해야 한다. 이러한 제품이 출시된다고 시장에서 다 잘 팔리는게 아니다. 제품이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사용 또는 비즈니스 모델이 잘 갖춰져야 한다. AI 기술은 어찌 보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AI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술적 결과물만 생각하지 말고, 큰 관점으로 좋은 사용자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사용자 가치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일단 AI 프로젝트 인력구성을 보면 95%는 엔지니어 위주로 돼 있다. 기술 프로젝트이니 엔지니어 위주 구성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멤버 중 사용자 경험과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사용자 가치 정의와 설계가 빠지거나 사용자 가치에 대해 골똘히 개발하는 전담이 포함돼 있지 않으면 기술은 나와도 사용자를 만족시킬 인사이트가 나오지 않는다. 개발 과정에서도 사용자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가치를 구체화하고, 끝에서 사용자 가치가 얼마나 창출됐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기업이 AI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기술적 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AI 혁신은 기술로 하는 혁신이지만 기술이 다가 아니다. AI 모델만 만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현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임팩트 있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획과 구현이 잘 돼야 한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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