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를 시행해도 기존 발전소가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극히 낮습니다. 현재로선 한국전력의 전력 구매 부담을 낮추는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상반기 시행을 예고한 '전력가격차등요금제(LMP)'를 두고 다수의 전력 분야 전문가들이 내놓은 평가다.
이 제도는 전력시장을 권역별로 구분, 송전과 관련한 이용·손실 비용 등을 반영해 전력도매요금(SMP)를 차등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 차등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비수도권의 SMP가 낮아질 게 확실시된다. 비수도권은 전력 수요 대비 공급이 압도적으로 많다.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전력의 양도 많은 데, 이때 송전망 이용·손실 비용 또한 늘어나게 된다.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비수도권 소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의 SMP는 수도권 소재 발전소 대비 최소 수원 이상 낮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가 밝힌 LMP 도입 취지는 발전소 입지의 수도권 이동이다. 비수도권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 수도권으로 발전소가 이동하는 '입지신호'로 LMP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제도 설계 관련 방향성만 놓고 보면 LMP의 역할은 입지 신호보다 전력 구매 비용 절감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산업부는 기존·신규 발전소 모두를 LMP 대상으로 본다. 그런데 기존 비수도권 발전소의 SMP를 낮춘다고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게 가능할까. 입지신호를 고려하면 기존 발전소를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정산조정계수도 그대로 유지할 공산이 커 보인다. 정산조정계수는 발전공기업이 '석탄'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에 적용하는 일종의 할인율이다. 한전이 1이하의 계수를 조정해 정산하는 데 오래전부터 발전공기업 수익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치트키' 역할을 해왔다.
LMP는 민간·석탄 화력 발전공기업 모두에게 수익성 악화요인이다. 다만, 발전공기업의 수익은 정산조정계수 조정으로 보전할 수 있다. LMP 시장에서 정산조정계수가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자초할 요인이다.
LMP가 시행되면 민간 발전사업자가 받는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비수도권 소재 LNG, 태양광 등 발전소는 모두 지금 대비 낮은 가격으로 전력 판매가를 정산받게 된다. 벌써부터 비수도권 발전소의 SMP 하락 폭은 ㎾h당 5~10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일부 기업의 영업이익이 반토막 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수명이 다한 발전소를 보유한 사업자는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전력시장에 진입하는 일부 신규발전소는 말 그대로 비상이다.
업계는 대체로 제도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도입 취지와 부합하는 합리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데 방향이 모아졌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최근 전력시장 제도 개편 협의회 출범식에서 '전력 시장 선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국내 환경의 특수성도 언급했다. LMP 등의 제도가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국내 시장에 똑같이 도입하기 어렵다는 게 골자다.
그러면서 제도 설계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업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전력시장 '선진화'를 기치로 내걸었다면 시장 참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 결정 구조부터 다져야 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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