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가격 하락에 희비 엇갈린 철강·조선사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포스코

선박 제조용 철강재인 후판 가격을 두고 철강·조선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다. 중국산 후판 유입으로 가격 하락 압박이 거세진 가운데 철강업계는 '울며겨자먹기'로 가격 인하에 나섰고 조선업계는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아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 조선업계는 최근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을 톤(t)당 90만원 초반대에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하반기 t당 90만원대 중반대대까지 하락한 후판 가격이 90만원선 턱밑까지 떨어진 것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철판으로, 주로 선박용으로 사용된다. 선박 건조 원가의 20%를 후판이 차지하는만큼 후판 가격은 철강, 조선업계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후판 가격 하락을 이끈 것은 중국산 저가 후판의 유입이다. 조선업계는 최근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후판 가격도 낮아지면서 중국산 비중을 기존 20%에서 25% 이상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산 후판 누적 수입량은 68만8000t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했다. 국산보다 t당 10만원 가량 저렴한 후판 수입물량이 늘면서 국내 철강사도 어쩔 수 없이 가격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도 후판 가격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 철광석 가격이 연초 130달러 중반선에서 최근 100달러 초반까지 하락했다.

후판 공급·수요 업계인 철강, 조선사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보릿고개를 지나는 철강업계는 수익성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상반기 후판 가격 인하는 하반기 실적에 반영된다. 포스코는 2분기 전년 동기와 비교해 50% 감소한 4200억원, 현대제철은 78.9% 급감한 98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 요인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반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조선업계는 원감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고부가 선박 수주로 경영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에서 추가 호재를 맞은 셈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8.7% 증가한 37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도 222% 증가한 1307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적자를 기록한 한화오션도 하반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상황은 상반기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늦게 마무리된만큼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연이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협상 분위기를 예측할 수 없지만 하방압력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따른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등 국제 정세의 요인으로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의 하락이 지속되는 점도 상황을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가 좋지 않아 최대 시장인 한국 시장으로 후판이 밀려 들어올 공산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철강업계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반기, 원가의 2~3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면서 “전기로를 활용하는 철강사들은 더 힘들 수 있는 반면 조선사는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