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크로스파이낸스가 카드매출 및 선정산 상품 상환 지연으로 8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 미상환 리스크가 터졌다. 정산 지연 원인으로 꼽히는 2차 지급결제대행업(PG) 업체 페이퍼컴퍼니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크로스파이낸스는 투자자들에게 카드매출 및 선정산 상품 관련 상환지연을 안내했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카드매출채권 선정산 상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영업자 등 중소상인이 판매를 완료해 정산이 확정된 상품으로 평균 2~7일 짧은 기간동안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6일 기준 크로스파이낸스 대출잔액은 810억원 가량이다.
크로스파이낸스 상환 지연은 지난 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투자기간이 7일로 지난 5일까지 정산 완료됐어야 하는 투자상품들이 줄지어 상환 지연되며 연체가 발생해 800억원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크로스파이낸스는 '결제대행사(PG)' 자금유동성 부족을 상환 지연 원인으로 꼽았다. 크로스파이낸스는 “연계차입자들의 정산 주체인 결제대행사에서 자금 유동성 부족이 일시적으로 발생해 이로 인한 상환 지연이 발생했다”며 “당사 연계차입자 및 결제대행사에 지속적인 상환을 요청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G사로부터 상환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해당 2차 PG사인 '루멘페이먼츠'를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통상 선정산 상품은 셀러들이 물건을 팔고 카드사와 PG사로부터 정산받을 금액을 담보로 대출받아 정산 주기보다 빠르게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상품이다. 온투업체가 2차 PG에 매출 채권을 기반으로 대출을 시행하면, 2차 PG가 셀러에게 선정산을 시행하고 추후 1차 PG로부터 정산 받으면 2차 PG가 온투업체에 돈을 지급하는 구조다.
크로스파이낸스가 취급하는 선정산 대출 상품은 여기에 선정산업체가 끼어있다. 가맹점에 직접 대출을 시행할 경우 수많은 가맹점과 대출 계약이 어려워 선정산 업체를 중간에 꼈다. 이렇게 되면 선정산업체가 상환의무자가 되어 2차 PG사인 루멘페이먼츠는 1차 PG사로부터 돈을 받은 뒤 크로스파이낸스에 돈을 지급하기까지 4~5일간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2차 PG에 단독으로 대출을 시행할 경우 동일차입자 대출한도제한으로 한도가 적지만, 선정산업체를 끼게 되면 대출 한도도 늘어나 투자금 대량 확보도 용이해진다.
문제는 루멘페이먼츠와 선정산업체에 대한 동일 법인 의혹까지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산 구조 상 2차 PG사인 루멘페이먼츠 대표와 10여개의 선정산업체 대표가 동일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존 선정산 대출 상품 구조에서 루멘페이먼츠 산하 가맹점만 문제가 발생했을 상황이 10여개 선정산업체들 가맹점까지 영향을 미쳐 연체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대출 한도 증액을 통한 투자 확대를 위해 이러한 방식을 택했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접수하고 오픈챗방에서 피해 사례와 대응 현황을 공유하고 나섰다. 금융 사기 의혹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차입자 대출한도제한을 피하기 위해 선정산업체를 낀 구조로 상품을 판매하며 페이퍼컴퍼니를 다량 설립해 한번에 부실 리스크가 터진 것”이라며 “PG사와 선정산업체가 동일법인이라면 근거없는 대출이 시행된 것으로 이에 관한 인지 여부가 있었는지 등 빠르고 신속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
-
정다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