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 내린 'LCD 치킨게임' 시사점

한국의 마지막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이 중국 매각을 앞두고 있다. 광저우 LCD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인 LG디스플레이(이하 LGD)가 CSOT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CSOT는 BOE에 이은 중국 내 두 번째로 큰 디스플레이 업체로, LCD 시장 내 경쟁력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LGD 광저우 공장 인수에 나섰다.

최종 매각이 이뤄지면 LGD는 이제 적잖은 무게의 짐을 덜 게 될 전망이다. 적자를 내던 대형 LCD 사업을 정리해서다. 대형 LCD는 한 때 우리나라 TV 산업의 근간이자 핵심 수출품이었지만 중국발 '치킨게임(한쪽이 물러서지 않으면 둘다 죽는 극단적 대결)'에 밀려 팔아도 손해가 생기는 사업이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에 2021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LGD 역시 비중을 줄이다 2022년 말 파주 공장(P7) 가동 중단으로 대형 LCD의 국내 생산을 종료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중국 공장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수년간 이어진 LCD 치킨게임은 중국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됐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사진=LG디스플레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에서 빠져 나온 만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더욱 빠르게 전환할 것이다. LCD를 대체할 대형 디스플레이 부재가 우려되지만 적자 사업을 떨처낸 만큼 다행일 수 있다. 특히 비상경영 상황이던 LGD는 다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에서 분명하게 짚어볼 대목이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쟁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 토지, 용수, 전기 등 시설 대부분을 무상 지원했다. 또 생산 단계에서는 법인세를 감면하고, 판매 단계에서는 격려금을 지원했다.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가 된 BOE는 10.5세대 LCD 공장 건설에 총 7조원을 투자했는데, 허페이 지방정부와 금융기관이 이 중 90%를 지원한 사례도 있다. 기업이 적자가 나도 보조금을 챙겨주니 누가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

중국의 과녁은 이제 LCD를 지나 OLED로 향하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올해 3월 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으로 취임하며 국내 업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자국 정부의 천문학적 자금 등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한 반면에 국내 기업은 정부 보호는커녕 불공정 지원이라는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홀로 싸워야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지 않으면 또 다시 결론은 명약관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