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마이데이터의 본격적인 시행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스타트업에 기회창출의 기회를 준다는 좋은 명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통과 부가통신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에 유통 및 부가통신업계 전체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학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개인정보주체인 소비자 시민단체들도 한 목소리로 반대성명을 내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원래 유럽에서 미국의 지배적 빅테크의 개인정보유출을 막기 위해 또는 되돌리기 위해 유럽인들의 개인정보 자기통제권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국내외 플랫폼들이 시장 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세계에서도 유니크한 시장이다.
장기간 1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우며, 치열하게 경쟁해 누군가는 망해서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하고, 특히 유통분야에서는 중국 e커머스 같은 새로운 기업이 갑자기 등장해 시장을 위협하는 역동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데이터 제도 도입으로 무분별하게 개인정보를 전송함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정보를 외국기업에 넘기도록 강제하게 된다면 인공지능(AI) 기술이 월등한 해외 빅테크들만 더 좋게 될 뿐이며, 막상 자본력이 열약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이 정보를 받을 수도 활용할 수도 없다.
대규모의 개인정보를 받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되기 위해선 시스템 설비 투자, 인력보유, 각종 운영비용 등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데, 사업성 조차 불확실한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할 스타트업이 과연 얼마나 될 지 의문이다.
그리고 그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유출될 위험은 단지 정보를 받는 기업뿐 아니라 중간에 중개하는 집중관리업체에서도 발생한다. 내가 쇼핑에서 어떤 종류의 상품을 주로 사는지 그리고 그것이 나의 사생활과 습관까지 분석을 통해 공유된다. 결국 이런 저런 정보들이 한곳에 모여 결합되게 되면 나라는 사람의 개인 정체성이 고스란히 추정되고 심지어 성격까지 추측될 것이다.
마이데이터를 시작한 유럽조차 개인의 다운로드 권리 외에 전송권을 실행하고 있지 않으며 만일 우리나라가 섣불리 시행하게 되면 전 세계 최초로 커다란 국가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더 이상 마이데이터가 아니다. 정보주체가 바라는 바도 절대로 아니다. 정부는 마이테이터의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큰 실수를 범하려 하고 있다. 애초에 의료기관, 통신기관, 금융기관 같은 인허가 사업으로 엄격 관리되는 영역에서만 공익적 목적의 국민생활편의를 위한 개인정보의 예외적 이동을 허용하는 것에 그쳐야 했다.
이걸 모두 공유하면 좋은 영향을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긍정적 청사진을 그렸지만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 등 수범자 모두가 정부의 생각과 반대로 이 제도의 확장에 반대하고 있다.
지금 정부시행을 멈추지 않으면 마이데이터는 '모두의 데이터'가 되어버린다.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이 오히려 퇴보하거나 무의미해 질 것이다. 그것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소임과 정반대임도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지금 데이터의 공유를 강제한다면 한국의 데이터산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그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데이터를 강제로 공유하면 어느 누가 데이터를 모으고 영업 노하우를 만들려고 노력 하겠는가? 때와 장소에 맞지않는 공유는 결국 '공유지의 비극'을 낳을 것이 자명하다.
지금은 그럴 때가 절대로 아니다. 지금은 데이터산업을 육성하고 플랫폼들의 몸집을 키워 해외 빅테크와 경쟁하게 하고 그 플랫폼들을 주력을 삼아 생태계의 선순환이 일어나게 해야할 때다. 자꾸 이상에만 사로잡혀 경제에 타격을 주어선 안된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shpark@kinterne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