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우리 사회를 이른바 '삶은 개구리 증후군'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 미지근한 물이 끓는지도 모르고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우리 사회가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데도 '설마 우리 세대까지는 괜찮겠지'하는 막연한 긍정주의와 무사안일함이 점점 더 우리사회를 공유의 비극으로 몰아 넣는다.
2015년 우리나라의 신생아 출생수는 43만8420명이었고 2023년에는 약 23만명이었다. 10년이 안되는 사이에 출생아수가 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학의 입학정원은 전국 합계가 31만3250명이고 이 중 수도권 대학은 11만8975명, 비수도권 대학은 19만4281명이다. 한편 국공립대학의 입학정원은 7만5207명이고 사립대학은 23만8049명이다. 전문대학과 대학원 대학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교육당국이 대학의 입학정원을 점진적으로 줄여왔지만 출생아 수의 감소율에 비해 대학 입학정원의 감소율이 비례적으로 감소하지 못해 왔다. 2019년에서 2023년사이 출생아수는 약 7만2600여명이 줄어들었는데 같은 기간 대비 대학 입학정원은 겨우 6500여명이 줄었다. 이러한 추세로라면 20년 뒤인 2044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예측이라는 말이 안 어울릴 정도로 이미 발생한 미래가 되고 만다.
많은 대학(특히 지방대학)이 대학의 위기를 염려하며 지방소멸과 함께 대학의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학생을 더 모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유학생을 더 유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역혁신과 관련해 지역사회와 함께 평생교육기관으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정확하게 얘기하면 대학의 위기 중의 일부인 대학의 재정적 위기에 국한되는 염려다.
사실 우리가 염려해야 하는 대학의 위기는 재정적 위기를 넘어 대학의 실질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많은 대학이 취업률외에 중도탈락율, 신입생 충원률, 대학간 통폐합, 비인기 전공의 통폐합 내지는 폐지라는 지표에 매달리고 있지만, 이것은 결국 대학의 재정적 지표와 직결된 문제일 뿐 이러한 지표들이 대학의 본질적 사명에 기초한 국내외 경쟁력을 끌어올리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
우리는 한 번도 우리 사회에서의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해 본 적도 없고 이에 대해 사회가 합의한 적도 없는 것 같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취업률이 높은 대학을 의미하는 것인지, 학생충원률이 100%인 대학을 의미하는 것인지, 교수들의 SSCI, SCI 논문게재 실적이 글로벌 수준인 대학을 의미하는 것인지, 산학협력으로 기술이전이 활발한 대학을 의미하는 것인지, 유학생 지원자수가 높은 대학을 의미하는 것인지, 평생교육과정에 등록된 학생수가 많은 대학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통일된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보면 대학경쟁력 강화와 관련하여 위의 지표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수한 학생들을 길러낼 우수한 교원 후보들이 대학의 낮은 연봉으로 대학에 지원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이렇게 '대학경쟁력강화'를 먼저 정의하고 이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과 이들간 우선순위를 정한 후 정부와 사회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때 대학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대학의 위기는 재정적 위기이므로 별도의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문제다. 설사 이러한 재정적 위기가 대학경쟁력 강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둘간의 개념을 분리해서 접근해야 하며 그래야만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지도자 내지는 글로벌 시티즌을 양성하는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석환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palee@kooki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