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애자일한 기술 개발과 활용

김동영 메이사플래닛 대표
김동영 메이사플래닛 대표

애자일 방법론은 최소 기능 제품 출시, 고객 피드백, 제품 고도화의 사이클을 빠르게 반복함으로써 필요한 핵심 기능 개발에 조금 더 집중하는 소프트웨어(SW) 개발 방법론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빠른 의사결정을 반복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애자일 방법론은 생존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개발자들에게는 보편적 개념이 됐다.

반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 방법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애자일 방법론은 꽤나 낯선 개념이다. 연구자들의 경우 연구개발(R&D) 5개년 계획에 따라 연구를 수행해 본 경험은 있어도 애자일 방법론에 따라 연구를 수행해 본 경험은 드물 것이다. 연구를 수행할 때 대부분의 관심사는 기술 개발이 완료됐을 때 '최종 결과가 줄 큰 임팩트'에 집중돼 있다. 연구 방법론은 '최종 결과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 설계된다. 큰 임팩트를 가져다줄 최종 결과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기술을 연구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서도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결과를 도출해야만 하는 제약조건을 가지고 있다. 최종 결과가 예상만큼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거나 혹은 임팩트는 예상대로였으나 방향성이 틀렸다면,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 다시 한번 리소스를 투입할 여유가 부족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사플래닛이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애자일이다.

기술 개발 및 활용 방법 연구에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할 경우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의 기술 연구에 대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 기술 개발 및 활용의 최종 목표는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미래 시장에서의 경쟁력일 것이다. 연구 계획을 세울 때 연구의 최종 결과 도출로 가는 길목에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작지만 리소스 또한 적게 필요한 중간 연구 결과들을 촘촘히 배치한다. 이 때 기술 개발 계획과 함께 완전하지 않은 중간 연구 결과들을 각 단계에서 어떻게 제품에 적용할 것인지 '기술 활용 계획을' 함께 세운다. 이후 연구의 중간 결과를 제품에 기능으로 녹여낸 뒤 수집한 이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 중간 결과물을 위한 연구의 방향성뿐 아니라 최종 목표도 조금씩 수정하며 나아간다.

메이사플래닛은 애자일 방법론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활용해나가고 있다. 일례로 위성 및 드론 영상을 기반으로 한 건설·인프라 모니터링 솔루션에 인공지능(AI) 기반 수치 지형 표고 모델(DTM) 생성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가는 과정을 들 수 있다. DTM 이란 땅을 제외한 인공물을 제거한 3차원 모델을 의미한다. 건설 공사 과정에서 DTM은 공정 진척률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위성이나 드론 등 원격 관측을 통해 현장의 3차원 모델을 생성할 경우 생성된 3차원 모델에 각종 자재나 차량 등 다양한 물체가 포함된다. DTM 생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물체를 제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최적화를 위해 자동화가 요구된다.

기술 개발의 최종 목표는 건설 현장에서 땅을 제외한 모든 물체를 찾아내는 AI 모델을 통해 DTM 생성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번에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어렵다. 현재 메이사플래닛은 일반 객체를 탐지할 수 있는 AI 모델을 건설 현장에 특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건설 장비를 탐지할 수 있는 모델 개발, 땅과 물체를 분리할 수 있는 모델 개발 등 각 단계에서 개발된 모델을 기능으로 녹여내며 서비스를 고도화 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점진적으로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에 적용하는 애자일한 여정이 필요한 시기다.

김동영 메이사플래닛 대표 dykim@meissapla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