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지금 역사적인 변곡점에 서 있다. 사회의 부가 점차 증가할수록, 인류의 가치관과 욕구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이것이 사회 전체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인류가 빈곤하던 시기 추구하던 것들을 생각해보자. 음식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칼로리를 획득해야 했고, 가구의 생산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자녀를 낳고자 노력했다. 반면 최근 사회의 관심사는 다르다. 푸짐함보다는 영양학적으로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고, 삶의 질을 다른 어떤 것 보다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변화는 인류 역사가 새로운 장에 들어섰음을 예고한다. 향후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AGI(일반 인공 지능)가 등장한다면, 이런 인류의 가치관과 사회 변화는 한층 빨라지게 된다. 특히 AGI가 인류 대신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기본 소득 개념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온다면 인류 사회의 모습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하지 않아도 수익이 생기는' 물질적 풍요조차도,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인간의 욕망은 본질적으로 상대적이고 무한한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이가 구슬치기를 하듯, 구슬을 아무리 모아도 여전히 무언가를 더 가지고 싶어하는 욕구를 느낄 것이다. 다만 이 '무언가'의 본질이 변할 뿐이다.
AGI 시대의 '무언가'는 결국 '소통'과 '경험'이다. 소통과 경험은 인간다움의 본질을 대변한다. AGI가 인간의 생산 활동의 많은 영역을 대체한다고 해도 감정, 경험, 통찰을 서로 공유하는 인간의 고유 영역은 여전할 것이다.
이때 인간다움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크리에이터'다. AGI가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개별적이고 독특한 경험, 감정적 연결과 신뢰를 추구할 것이다. 크리에이터는 바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며 인간 관계의 중심에 설 수 있다.
특히 AI 기술이 발전할 수록 인간은 자신의 독특한 재능과 관심사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더 많은 시간과 기회를 갖게 되고, 누구나 크리에이터이자 동시에 콘텐츠 소비자가 되는 유동적인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이때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를 넘어 사회 소통의 구심점이 된다. 공통의 관심사나 가치관을 중심으로 새 형태의 공동체가 형성되며, 크리에이터는 이 안에서 대화를 이끌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이들은 서로 다른 커뮤니티 간의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소통과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 크리에이터는 개인의 자아실현과 사회 연결성 강화라는 가치를 조화롭게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는 아직 생산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크리에이터가 인간 산업의 중심에 서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현상은 과거에도, 현재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로 스포츠 산업을 생각해보자. 엄밀히 말하면 사회 전체의 재화 생산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으나, 사람들을 즐겁게하는 콘텐츠와 이야기를 제공하며 이미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결국 단순한 경제적 현상을 넘어 인류 사회가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찾아오면서, 크리에이터가 미래 사회의 중심에 자리 잡을 것은 명약관화하리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크리에이터 산업을 단순한 마케팅 도구가 아닌, 미래 사회의 새로운 경제 및 문화적 패러다임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본질적 욕구 사이의 균형을 찾는 새 사회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재석 카페24 대표 jslee@cafe24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