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흥행을 이어갈 리릭이 출시됐다. GM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적용한 '리릭'은 브랜드 최초의 전용 전기차로, 국내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465㎞에 이르는 캐딜락의 야심작이다.
5월 시작된 사전계약 한주동안 180대를 완판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도심 일대와 고속도로 90여km 구간에서 럭셔리 전기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리릭을 타며 주행성능을 점검했다.
리릭은 캐딜락 럭셔리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 디자인을 빼닮았다. 에스컬레이드의 육중함에 선과 면 처리, 날렵하게 떨어지는 지붕선은 멋스러운 첫인상을 준다. 측면은 직선형 캐릭터라인(차체 측면을 가로지르는 디자인 요소)과 전면부와 이어지는 차체 라인을 바탕으로 준대형 SUV 비율을 구현했다.
20인치에 달하는 알로이 휠에서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후면은 가로로 길게 뻗은 LED 테일 램프를 적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개성넘치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차체는 기존 다른 모델보다 넉넉함을 자랑한다. 리릭은 전장 4995㎜, 전폭 1980㎜, 전고 1640㎜로 현대차 팰리세이드보다 전폭이 넓으면서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3095㎜로 카니발보다 5㎜ 길다. 1열과 2열 시트 어느 자리에 앉아도 편안하다.
실내는 충분한 공간성을 제공한다. 얼티엄 차세대 플랫폼 기반으로 자유자재 조절이 가능해지면서 실내 공간 침범이 없게 했다. 33인치 커브드 어드밴스드 LED 디스플레이는 리릭의 첨단 전기차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기존 에스컬레이드가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영역을 구분한 것과 달리 리릭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경계없이 전 주행 정보를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고급스러운 나파 가죽은 화려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시동을 걸고 본격 주행에 나섰다. 최대출력은 500마력, 최대토크는 62.2kg·m다. 여기에 △투어 △스포츠 △스노우 △마이로드 4가지 모드를 지원하는 4륜 구동 시스템을 조합했다. 시승차는 102kWh 대용량 배터리를 채택해 465㎞ 이상의 1회 충전 주행 거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리릭은 92.8㎞ 거리에서 이뤄진 시승에서 4.1㎞/kWh 전비 효율을 내비쳤다. 공인치인 3.9㎞/kWh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덩치와 상반되는 경쾌한 주행이 인상적이었다.
승차감은 안정적이다. 50대50에 가까운 무게 배분과 무게 중심을 낮게 배치해 주행 안정성을 뒷받침했다. 속도가 급격히 치솟아도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다. 날카로우면서도 안정감있는 주행을 이어간다. 리릭에 업계 최초로 적영된 가변형 리젠 온 디맨드 방식의 회생제동 기능은 흥미롭다. 전대 왼쪽 아래에 장착된 패들을 잡아당기는 강도에 따라 차량의 회생제동 강도가 달라진다. 이 기능은 차량이 완전히 정차할 때까지 이용할 수 있다. 오른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듯이 왼손으로 회생제동 패들을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패들을 당겨 감속하거나 정차하는 경우에도 브레이크등은 점등된다. 에너지 회수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기술은 의견이 엇갈린다. GM 주행보조장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현재 차량이 스스로 차선 중앙을 유지해 달리는 반면, 리릭은 차선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으로만 개입한다. 또, 국내에 판매되는 리릭은 내비게이션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차량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대화면 곡선형 디스플레이가 장착됐지만 화면 전체를 이용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화면으로 지도를 봐야 한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내수 침체에도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 블레이저 인기는 뜨겁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6월까지 수출 물량이 15만6897대로 수출 1위를 차지했다. 트레일 블레이저도 트랙스 크로스오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트레일 블레이저 판매량은 10만294대다. GM 인기는 전기차 시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리릭은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할인된 1억696만원으로 책정됐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BMW iX(1억4990만원)보다 저렴하고 벤츠 EQE(1억990만원), 아우디 Q8 e트론(1억860만원)과 비슷하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